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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겨눈 법인줄 알았는데, 네이버·카카오가 타깃?

중앙일보 2020.09.09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넷플릭스 등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콘텐트 사업자를 규제하는 시행령이 공개됐다. [중앙포토]

넷플릭스 등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콘텐트 사업자를 규제하는 시행령이 공개됐다. [중앙포토]

넷플릭스로 촉발된 국내·외 콘텐트사업자(CP)들과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정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공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공개
트래픽 유발업체에 망 품질 의무
개정 법령 적용받게 된 국내업체
‘트래픽 1%’ 정한 근거 뭐냐 반발
소비자 이용료도 올라갈 가능성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22조)은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렸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CP들은 이 시행령안이 넷플릭스처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도 망 품질 유지비 부담을 안 지는 해외사업자의 무임승차를 규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시행령안은 국내외 모든 CP에게 똑같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씌웠다. 위반 시엔 과태료 2000만원 등 제재도 받아야 한다. 적용 대상은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이 넘는 동시에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다. 압도적인 트래픽 1위(전체의 23.5%)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등 5개 사업자다.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은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CP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CP 사업자는 “시행령을 지켜야 하는 ‘트래픽 1% 이상’ 조건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지, 또 국내 총 인터넷 트래픽을 정부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지 구체 방안도 없는 허술한 시행령”이라고 지적했다. 기준을 ‘1% 이상’이 아니라 3%나 5%로 했다면 네이버나 카카오는 적용 대상서 제외된다. 이 관계자는 “무임승차하는 해외 CP를 정조준해야 할 법안이 정작 국내 CP들에게 망 이용료 부담만 가중하는 역차별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CP들이 속한 인터넷기업협회도 8일 “이용자 보호를 앞세워 CP들에게만 의무를 전가하는 이번 시행령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는 분위기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관련 부처 및 기관을 존중하고, 국내 법률을 준수하며,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CP들의 또 다른 우려는 ISP와의 망 이용료 협상이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통신사(ISP)에 수백억원의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데 ‘안정적인 망 확보’를 의무화한 이번 시행령안 때문에 ISP들이 CP에게 더 많은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망 이용료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이용자들이 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 요금도 올라갈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ISP 관계자는 “기존 국내 CP들만 내던 망 이용료를 해외 사업자들에게도 요구할 근거가 생겼으니, 국내 CP들은 이전보단 부담이 줄지 않겠느냐”며 “국내 CP들에 부담이 추가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총 15회 연구반을 운영하며 CP·ISP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는 등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주성원 과기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해외 사업자들의 무임승차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지만, 해외 사업자들은 이번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며 “해외 사업자들이 이번 규정을 잘 준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안이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CP와의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2심 판결이 진행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도 다음달 시작한다. 망 이용료 지불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소송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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