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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 통한 경제기적, 에티오피아에도 만들겠다”

중앙일보 2020.09.09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지난달 KAIST 학위식에서 박사모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현직 장관인 그는 한국에서 4년 간의 박사학위 과정을 끝내고 12일 귀국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지난달 KAIST 학위식에서 박사모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현직 장관인 그는 한국에서 4년 간의 박사학위 과정을 끝내고 12일 귀국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해외유학과 애국의 열정이 지나쳐 장관직까지 던졌다. 두손 두발 다 든 총리는 그에게 ‘자문장관’이란 초유의 직함까지 만들어 유학을 허락했다. 최근 우리나라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50) 국무총리 자문장관 얘기다.
 

카이스트 박사 딴 에티오피아 장관
‘장관 유지, 한국행’ 조건 걸고 유학
개도국 맞춤형 정보통신 정책 연구
“조국 가서 한국서 배운 ICT 일할 것”

KAIST는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기술경영학부 글로벌IT기술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8일 밝혔다. 2016년 9월 KAIST에서 박사과정 첫 학기를 시작한 지 4년만이다.
 
그는 에티오피아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다.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40세에 도시개발주택부에서 장관직을 시작했다”며 “이후 6년 재임 기간 신도시·스마트시티 개발, 토지관리, 주택개발 등의 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성취가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일들을 계속하면서 능력이 정체된다는 불안 때문이다. 고심 끝에 10년 전 석사학위를 받은 아일랜드(더블린대)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총리는 사표를 수리해 주지 않았다. 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나서 “무슨 유학이냐”고 설득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총리는 유학을 허락했다. 단 ‘장관직 유지’, ‘영국이 아닌 한국행’ 이란 조건을 달았다. 테클레마리암 장관은 “최빈국에서 시작해 세계 정상급 나라로 성장한 한국으로 유학 가라는 주문이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는 70년 전 6·25 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서도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이 있고 국제화가 된 KAIST를 선택했다.
 
그는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개발도상국의 초고속인터넷 정책 등에 집중했다. 한국의 새마을 운동,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장년층 대상 정보기술(IT) 활용 교육프로그램 등을 에티오피아에 적용하고 싶어서다.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졸업논문 연구로 수행한 ‘단계별 맞춤형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확산 정책’에 관한 논문은 정보통신 분야의 최우수 국제학술지인 텔레커뮤니케이션즈 폴리시에 지난 8월 게재됐다. 광대역 통신망을 갖춘 국가들의 효과적인 정보통신 정책을 분석해 개발도상국에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는 계량적 정책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결과다.
 
테클레마리암 장관은 오는 12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조국에서 기회를 준다면 한국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ICT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경제 기적을 에티오피아에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800달러로 인구는 1억명 정도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매년 8%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발전에 빠른 속도를 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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