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강공원 통제 첫날 '선 넘는' 시민들···"퇴근 이후가 고비"

중앙일보 2020.09.08 18:36
8일 오후 2시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 청담대교 아래 기둥을 따라 ‘위험·안전제일’이라고 쓰인 빨간색 통제선이 둘러쳐지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시가 일부 한강공원 구간의 출입을 통제하면서다. 한강을 바라보고 서편에 위치한 잔디밭 둘레를 따라서도 통제선이 설치됐다. 선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5단계 격상으로 출입을 통제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군데군데 붙었다. 같은 시각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는 통제선과 함께 ‘한강공원 부분폐쇄 안내’라는 노란색 세움 간판이 세워졌다.
 

통제선 넘다 적발되고 노숙인도 밖으로 이동

8일 오후 2시부터 일부 지역이 출입제한 된 뚝섬 한강공원의 모습. 청담대교 아래를 비롯해 일부 잔디밭의 출입이 상시 통제됐다. 허정원 기자.

8일 오후 2시부터 일부 지역이 출입제한 된 뚝섬 한강공원의 모습. 청담대교 아래를 비롯해 일부 잔디밭의 출입이 상시 통제됐다. 허정원 기자.

서울시가 ‘1000만 시민 멈춤 주간’의 하나로 한강공원의 시민 밀집구간을 통제하면서 '풍선 효과'로 한동안 불야성을 이뤘던 한강 풍경이 바뀔지 주목된다. 그간 일반 음식점,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영업 시간을 단축하자 갈 곳을 잃은 시민들이 한강공원으로 모여들면서 한강공원이 방역 취약지대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한강공원에서의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뚝섬·반포 한강공원 일부 지역에 대해 상시 출입을 막았다. 그 외 공원 지역에 대해서는 밤 9시 이후 음주·취식 자제를 권고했다. 공원 편의점도 밤 9시 이후엔 문을 닫도록 하고 주차장 진입도 금지했다. 일부 시민은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파란색 티셔츠 차림의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들은 제한구역을 따라 통제선을 설치하는 한편, 이 구역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에게 이동을 안내했다. 청담대교 아래에서 장기간 노숙을 하던 시민도 돗자리와 생활용품을 챙겨 통제선 밖으로 나왔다. 현장 관계자는 “시민 안내를 위해 22시까지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며 “30분 간격으로 마스크 착용, 금지구역 출입통제 등에 관한 안내 방송을 하고 현장 계도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 “통제는 이해하지만 답답한 마음”

8일 오후 2시부터 출입이 통제된 뚝섬 한강공원 청담대교 아래.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주민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8일 오후 2시부터 출입이 통제된 뚝섬 한강공원 청담대교 아래.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주민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일부 시민들은 아직 공원 통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는 듯 음식물을 들고 통제선을 넘어가다 적발되기도 했다.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이냐. 통제 기간은 언제까지이고 어디까지가 제한구역이냐. 체육시설이나 편의점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직원들에게 묻는 시민도 있었다.
 
통제선 바로 인근에 다시 거처를 마련하려다 현장 관계자의 제지에 황망한 표정을 짓는 노숙인도 있었다. 현장 통제를 하던 직원은 “최근 인근 편의점에 확진자가 다녀가는 등 이 인근은 위험하니 돗자리를 걷어서 아예 다른 곳으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퇴근 시간 전이어서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이었지만 통제 구역 안은 이내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당국의 조치에 공감하면서도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시 중랑구에 거주하는 신 모(60·여)씨는 “집 인근 체육공원도 출입이 제한돼 운동도 할 겸 지인과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며 “다리 아래에서 잠시 쉬려 했는데 통제 지역이라 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하려 한다. 불가피한 조치라는 걸 알지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강공원 출입 통제에 안도하는 시민도 있었다. 광진구 자양동에 거주하는 고 모(62·남)씨는 “다리 아래에 젊은이, 노인 할 것 없이 밤만 되면 음식을 먹고 술판이 벌어지는데 아슬아슬해 보였다”며 “당분간 더 안전해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통제 전 인산인해 한강공원…“퇴근 후가 통제 고비”

지난 1일 뚝섬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청담대교 아래서 음식을 먹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지난 1일 뚝섬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청담대교 아래서 음식을 먹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실제로 지난 1일과 5일에 찾은 뚝섬한강공원은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이었다. 지난 1일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평일이었지만 저녁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시민들이 운집했다. 대부분 청담대교와 서울생각마루(서울자벌레)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술과 음식을 취식하는 모습이었다. 주차장은 이날 밤 9시 이전에 이미 만원이 됐지만 차가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날씨가 맑았던 지난 5일 토요일에는 새벽 3시를 넘긴 시간까지 시민들이 잔디밭에 삼삼오오 머물렀다. 지난 1일에는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도봉구 확진자 A씨가 GS25 한강뚝섬3호점 편의점을 다녀가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는 “사람이 몰리는 퇴근 시간 이후가 고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밀집지역에 한해 출입통제를 하고, 낮 시간대엔 통제 구역에 근접한 벤치 이용은 탄력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또 출입 통제구역 밖에서의 자전거 타기나 조깅, 산책 등은 여전히 허용된다. 한강사업본부의 한 직원은 “인근 노인정 등이 폐쇄되며 쉴 곳을 잃은 노인들이 벤치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곤 하는데 이 정도는 허용할 방침”이라며 “다만 저녁 시간 취식·음주 공간으로 이용될 시 바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한강공원 출입 통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 방지 한강공원 출입 통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용목 한강사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여의도·뚝섬·반포 한강공원 외 다른 한강공원의 경우 통제 구간은 없지만, 밤 9시이후 주차장 폐쇄, 매점 영업 중지 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밤 9시 이후 한강공원 음주·취식은 가급적 자제해 주시고 운동 등으로 시간을 보내주시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