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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과천‧용산 ‘알짜’는 빠졌다…"전세값 더 올린다" 우려도

중앙일보 2020.09.08 18:30
목포대학교가 의과대학과 병원 건립부지로 확보해둔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 부지.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대학교가 의과대학과 병원 건립부지로 확보해둔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 부지. 프리랜서 장정필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사전 청약으로 공급한다고 8일 밝혔다. 3기 신도시와 서울 일부 지역이 포함됐다. 내년 하반기 3만 가구를 우선 진행한다. 인천 계양, 남양주 진접2, 성남 복정1‧2, 의왕 청계2, 위례를 시작으로 성남 신촌, 성남 낙생, 부천 대장,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지에서 사전청약이 진행된다. 나머지 3만 가구는 2022년 내놓는다. 주택 크기도 수요가 많은 전용 60~85㎡를 공공 분양물량의 30~50%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관련 법상 15%를 넘길 수 없다. 
사전청약

사전청약

 
시장에선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알짜’가 빠졌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2년간 서울의 사전 청약 물량은 5000가구에 불과하다. 내년은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200가구), 남태령 군부지(300가구) 정도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아직 일정을 잡지 않은 태릉이나 마곡, 은평까지 다 합하면 1만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급 가뭄을 맞은 서울 주택시장을 적시기엔 부족하다. 이달 서울 분양 물량은 153가구에 불과하다.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일반 분양을 미루고 있어서 연말까지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초과이익환수제, 실거주 2년 의무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의 김웅식 분양담당은 “각종 규제에 다들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어 당장 다음 달도 분양 일정이 확정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고한 공급 물량 중 가장 관심이 큰 지역은 이번 사전 청약 계획에서 빠졌다. 서울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과천 청사 부지 등이다. 국토부는 교통대책 수립(태릉), 청사 활용계획 수립(과천), 미군 반환(용산), 이전 계획(마포) 등 절차를 거쳐서 구체적인 사전청약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반발이 심한 지역이다.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흥진 국토부 실장은 “지속해서 관련 지자체‧주민과 협의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은 사업 추진 과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청약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크다. 전셋값 급등이 대표적이다. 사전 청약 당첨자와 사전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전세수요가 확 늘어난 가능성이 크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면 본 청약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고, 해당 지역 거주요건이 있어 전셋값이 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토지 보상을 마친 부지에서만 사전 청약을 해 본 청약까지 대기 기간을 1~2년으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4~5년은 발이 묶인다. 2018년 택지지구로 지정된 광명 하안2, 안양 관양 등은 아직 지구지정도 마치지 못해 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주민 민원, 문화재 발견 등 지연 요소도 많다. 2012년 사전 청약을 받은 하남 감일지구(B1 블록)의 경우, 7년이 지난 지난해에야 본청약이 진행됐다. 
 
과거에도 사전 청약은 전셋값을 올렸다. 2008년 도입된 사전 청약은 2009~2010년 본격 시행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08년 1.75% 하락했지만, 2009년 8.1%, 2010년 7.3%, 2011년 13.4% 상승했다. 2011년 사전 청약이 폐지됐고 2012년(2.2%) 전셋값 상승 폭이 꺾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사전 청약 당첨자는 조기에 집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진정하는 효과는 있다”면서도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 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분양 비판하던 정부, 되레 사전분양 내놔 

시장을 쫓아가는 식의 대책이 반복되면서 정부가 또 ‘말 바꾸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8년 후분양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후분양을 유도했다. 그런데 이번엔 9년 만에 사전 청약을 부활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통적인 분양방식인 선분양을 두고 건설업체가 투기를 조장하는 것처럼 몰아세웠는데 선분양보다 더 빠른 사전청약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다니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세보다 30% 가량 낮은 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양가로 인한 ‘로또 청약’ 우려도 여전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첨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간다면 공공 공급이 시장 안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그것이야말로 투기”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활용해 시장에 싼 아파트가 계속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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