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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자이 4억 떨어졌다"···논란의 불 당긴 홍남기 체리피킹

중앙일보 2020.09.08 18:19
홍남기 부총리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다는 근거로 서울 반포자이 등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중앙포토.

홍남기 부총리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했다는 근거로 서울 반포자이 등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중앙포토.

“8ㆍ4 공급대책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실거래통계를 확인해보니 가격 상승 사례도 있으나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됐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23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자평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를 비롯해 송파구 리센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노원구 불암현대 등의 실거래가가 최고 4억원까지 하락했다고 언급했다.  

 
해당 단지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 거래의 신고가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논란의 불을 댕겼다. 부동산 시장의 실상을 모르거나, 정책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이상 거래 가능성이 있는 급매물 등 정부에 유리한 자료만 제시하는 이른바,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이란 비판이다.   
신고가 기록했는데 ‘급매’만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고가 기록했는데 ‘급매’만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홍 부총리의 기대처럼 서울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는 떨어지고 있을까. 우선 그가 언급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59.92㎡)를 살펴보자. 홍 부총리는 이 단지의 해당 평수 가격이 지난 7월 14억원에서 지난 8월 초 11억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 달여 만에 집값이 3억원 내리며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이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전용 59.97㎡는 지난달 9일 14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인 14억원(7월 14일)보다 5000만원 오르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114.72㎡는 지난달 6일 18억8500만원에 손바뀜했다. 6월 22일 17억8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두 달여 만에 1억500만원이 뛰었다.  
 
반포자이 역시 급매물보다 신고가 거래가 눈에 띈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초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반포자이(전용 84.94)가 지난 8월 중 24억4000만원까지 4억원 넘게 떨어졌다고 했다. 이번에도 신고가 얘기는 쏙 빠졌다. 지난달 반포자이 전용 84.99㎡는 28억원에 거래되며 지난 7월의 전고가(27억4000만원)보다 몸값이 6000만원이나 올랐다. 거래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언급한) 24억4000만원 매물은 법인이 급하게 내놓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시세가 28억~31억원에 형성돼있어 아무리 싸게 나와도 27억5000만원이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집값 하락과 함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둔화하고 있다고 봤다. 그 근거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지수를 들었다. 한국감정원의 매매수급지수가 8월 다섯째 주 104.9로 두 달 전(7월 첫째 주) 111.5보다 6.6포인트 하락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매매수급지수가 매수우위에서 균형 치인 100으로 근접했다”며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ㆍ수도권의 매수심리가 8월 들어 관망세로 돌아서며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상으로도 최근 일반 국민과 시장 참여자의 집값 상승에 기대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낙관론도 성급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견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매매심리가 위축된 부분도 있는 만큼 시장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권의 집값은 약보합세지만 노원구 등 강북 중심으로는 여전히 돈이 몰리고 있어 집값 상승에 기대가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ㆍ강북ㆍ도봉구 등지 강북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풍림아이원 전용 84.3㎡는 지난 2일 10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기존 최고가 8억2000만원(6월 24일)과 비교하면 두 달 새 2억원이나 올랐다.   
 
정책 효과를 강조하려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와 시장의 시각 차이만 더 크게 드러낸 셈이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발표한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경우 시장의 기대심리가 안정되면서 가격 안정세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고강도 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급함에 자료 골라 먹기를 하는 건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부에) 유리한 사례를 뽑아서 주장하면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성급한 평가로 국민이 집값 향방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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