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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살해일당 징역 20년으로 감형…약혼녀 “정의 조롱”

중앙일보 2020.09.08 16:18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8명에게 징역 7~20년형을 확정했다.
 

사우디 왕실 비판하다 잔혹 살해된 언론인
"유족 선처" 법원, 피고인 5명 20년형 확정
배후 의혹 빈살만 측근들 빠져, 시신 못찾아

7일(현지시간) CNN, 알자지라 등 외신은 사우디 대법원이 카슈끄지 살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명에게 징역 20년, 1명은 10년, 2명은 7년을 최종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을 쓰다가 지난 2018년 잔혹하게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을 쓰다가 지난 2018년 잔혹하게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연합뉴스]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5명은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카슈끄지 유족이 종교적 관용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말아 달라고 법원에 탄원해 감형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알자지라는 카슈끄지의 자녀들이 사우디 왕실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희생자 가족에게 '피의 값(blood money)'을 주고 합의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선 카슈끄지 유족이 협박을 당해 감형을 탄원했으며 재판이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카슈끄지(당시 59세)는 미국에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했었다. 지난 2018년 10월 터키인 약혼자와의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그의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다.
 
카슈끄지가 살해된 후 사건의 배후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란 의혹이 제기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서방 정보당국들도 빈살만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 중인 아그네스 캘러마드 유엔 특별조사관 역시 조사를 통해 사우디 정부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카슈끄지를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슈끄지 살해 배후란 의혹이 제기되는 마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카슈끄지 살해 배후란 의혹이 제기되는 마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연합뉴스]

 
하지만 사우디 법원은 지난해 12월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기소된 11명 중 3명에 대해선 무죄나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이들은 살해 배후로 지목되는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들로 알려졌다. 사우디 법원은 당시 “이 사건은 계획적인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판시해 비판을 받았다.
 
사우디 법원의 이번 최종 판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캘러마드 유엔 특별조사관은 자신의 트윗에 “사우디 법원이 정의를 놀림감으로 만드는 일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면서 “암살자 5명은 징역 20년형을 받았지만, 카슈끄지 암살을 계획하고 수용한 고위층은 수사와 재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처음부터 자유롭게 활보했다”고 썼다.
 
카슈끄지의 약혼자 하티스 첸기즈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이번 판결은 "정의에 대한 조롱(mockery of justice)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 살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면서 "누가 계획했고, 누가 시켰으며,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적었다.
  
파흐렛틴 알툰 터키 대통령 공보실장도 트윗에 “터키 정부와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터키 법원도 피고인 20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엔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도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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