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국 딸 봉사활동, 증인은 못봤잖아요" 판사가 되레 물었다

중앙일보 2020.09.08 14:58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재판장)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는 동양대 전 입학처장인 강모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교수의 딸 조민씨가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에 와 상당 기간 봉사활동을 했으며 다른 교수들도 표창장 주는 것에 동의했다”며 정 교수에게 유리한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자신이 표창장을 준 적 없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조씨가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 교수가 위조한 표창장을 입시에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강 교수가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러 온 조씨를 봤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정 교수 측 증인으로 나온 그는 “동양대에서 조씨를 처음 본 게 2012년 여름이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때쯤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조씨가 최 총장에게 용돈을 받았다고 해서 기억한다”며 “정확하게 집어서는 말 못하지만 2012년 여름방학 무렵 여러 번 조씨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가 “2012년 9월 7일 조씨가 표창장 받은 날짜에 영어사관학교 개소식을 했다고 증언했는데, 누군가 상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강 교수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개소식에 참여하지 않았나” ‘“조씨가 상 받았다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느냐”는 질문에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다른 질문에도 “어떻게 내가 했던 말을 또박또박 기억하냐”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느냐”고 답변하자 임정엽 부장판사는 “증인, 기억을 살려서 답해야 한다”며 “쉽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의 증인신문이 계속되는 동안 중요 진술이 나올 때마다 증인에게 직접 질문하며 재판을 이끌었다. 특히 조씨를 봤다는 그의 증언이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는 내용이 나오자 재차 질문을 던졌다.   
재판장 “입학처장 근무 당시 동료 교수에게 ‘내가 조민 봉사활동 한 거 직접 봤다. 표창장 줘야 한다’ 이런 말을 한 적 없다고요?” 
강 교수 “직접 봤단 말은 안 했습니다.” 
재판장 “그럼 증인은 조씨를 못 봤잖아요. 봉사활동 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 정경심 교수에게 들어서 봉사활동 하는 거로 알았던 거죠?” 
강 교수 “들어서 압니다.”
 
임 부장판사는 가장 문제가 된 최 총장 명의의 표창장에 대해서도 강 교수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따져 물었다. 
재판장 “문제 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어떤 절차로 발급된 건지 알아요?” 
강 교수 “그건 모르겠습니다.” 
재판장 “최성해 총장이 표창장 발급을 정 교수에게 허락했는지 여부 알아요?” 
강 교수 “최 총장은 발급 안 한 거로 기억하는데….”   
재판장 “묻는 말에 대답해 주세요.” 
강 교수 “저는 모릅니다.” 
재판장 “모르죠? 그렇게 대답하면 되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편 이날 강 교수는 정 교수를 두고 “당시 총장님과 친분이 가까워서 제 상관처럼 느껴졌다”며 “정 교수가 총장님 버금가는 권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정 교수 추천으로 교수가 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나중에 알았는데 진중권 교수를 추천했다고 들었다”라고도 답했다. 그는 두 사람 사이가 소원해진 시점을 묻는 말에는 “최 총장이 표창장 준 적 없다고 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그 전날까지만 해도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