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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차례, 벌초는 대행···“올 추석엔 그리워도 참아야죠”

중앙일보 2020.09.08 05: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시 중랑구에 거주하는 A씨(55·여)는 추석 연휴가 벌써 고민이다. 최근 곳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A씨는 “한번 모이면 10명이 넘는 친지들이 우리집에 다녀가는데, 반가운 건 둘째 치고 혹여나 가족 전체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A씨는 “특히 집에는 팔순이 넘는 시어머니도 함께 계시고 방문자 중에는 어린 조카들도 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한 계층 아니겠느냐”며 “그렇다고 친지들에게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한가위’ 현실화
귀성 인파, 친인척 모임 감염 우려
인천가족공원 ‘온라인 성묘’ 도입
코레일, 열차표 좌석 50%만 판매

오는 가족도, 맞이하는 가족도 코로나19 걱정 

지난해 9월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은 가족단위 성묘객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성묘, 차례 등 가족 행사가 코로나19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9월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은 가족단위 성묘객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성묘, 차례 등 가족 행사가 코로나19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송봉근 기자.

고향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다. 전남 담양군에 거주하는 박모(75·여)씨는 “아들 세 명 모두 서울에 살고 있는데 올 추석에 내려오라는 소리를 못 한다”며 “나야 살 만큼 살았지만, 아들이나 손주들은 ‘혹시라도 오는 길에 코로나19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서 보고 싶어도 참아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벌초도 고민거리다. 충북 청주에 사는 이모(40·남)씨는 “평소엔 부산·울산·청주 등 전국에서 모인 가족 30여명이 고향(경북 안동)에 모여 1박2일 동안 벌초를 했지만 이번에는 취소하기로 했다”며 “전국에서 차를 타고 모이면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어 어르신들의 반대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온 가족이 모여 차례·성묘를 하는 추석 풍경이 올해는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자치단체는 추석 연휴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성묘·차례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도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수는 다소 잦아들고 있지만 추석을 계기로 또다시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늘어날 우려가 있어서다.
 

방역 당국 "이동 최소화"…열차표 창가좌석만 예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던 추석 열차 승차권 온라인 예매가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7일 한국철도에 따르면 승차권 예매는 창가 좌석만 전면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실시하며, 예매 전용 홈페이지에 PC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하면 된다. 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던 추석 열차 승차권 온라인 예매가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7일 한국철도에 따르면 승차권 예매는 창가 좌석만 전면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실시하며, 예매 전용 홈페이지에 PC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하면 된다. 뉴스1.

 
먼저 한국철도공사는 오는 8~9일 열차 승차권 예매 시 창가 좌석만 예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당초 판매 예정 물량은 200만석이었지만 100만석 수준으로 50% 줄어드는 셈이다. 입석 승차권도 판매하지 않는다. 밀폐된 객실 안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욱 큰 탓에 가족 단위 이용객이라도 떨어져 앉도록 했다. 현장 예매도 비대면으로 전량 대체했다. 
 
성묘를 온라인으로 치르는 가족들도 생겨날 예정이다. 인천시는 추석 명절 기간인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에 ‘온라인 성묘·차례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천가족공원 홈페이지에서 고인을 검색한 뒤 고인의 사진 또는 봉안함 사진을 선택하면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선정하거나 헌화를 하는 등 제사 방식을 고를 수 있다. 이후 신청한 가족이 추모의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닷새 동안 화장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은 임시 폐쇄돼 현장 방문은 불가능하다.
 

"실내 봉안시설은 사전 예약, 벌초는 대행" 권고

지난 5월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서 관리들이 벌초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서 관리들이 벌초를 하고 있다. 뉴스1.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역시 오는 21일부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성묘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 부득이하게 납골당 등 실내 봉안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사전예약제를 시행해 인원을 최소화한다. 제례실·유가족 휴게실은 폐쇄되고, 실내 음식물 섭취도 금지된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충남 공주시는 추모공원인 '나래원'의 실내 봉안시설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벌초도 산림조합, 농협 등에서 제공하는 벌초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전남 완도군은 오는 11일까지 접수자에 한해 벌초 대행료를 최대 40% 할인해주는 대행서비스를 진행한다. 전남 보성군도 추석에 “차례상을 대신 차려드리겠다”며 귀성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보성군은 군민들에게 타지에 사는 가족들의 방문을 미루는 것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온라인 합동 차례와 부모 영상통화 서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추석 선물 살 때도 비대면으로 

7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있다. 뉴스1.

7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있다. 뉴스1.

 
추석 선물을 사는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에서 ‘페이앱 비대면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고 싶은 상품을 정하고 관련 브랜드 매장에 전화로 비대면 결제 요청만 하면 신용카드와 페이 서비스 등으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주실 것을 권고드린다”며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회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경로 미상 환자도 다수 나타나 추석 때까지 이를 완전히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8명으로 434명이 발생한 지난달 27일에 비해서는 24.9%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서울의 경우 단 기간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고령층 위주로 위험이 상존하는 상태다.
 
허정원 기자, 청주ㆍ청양ㆍ인천ㆍ부산ㆍ완도=최종권ㆍ신진호ㆍ최모란ㆍ이은지ㆍ진창일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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