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통령 퇴진" 외친 野대표 대낮 납치됐다…벨라루스 무슨일

중앙일보 2020.09.08 00:32
실종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콜레스니코다. AP=연합뉴스

실종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콜레스니코다. AP=연합뉴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해 항의 시위가 한달째 이어지는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이끌어온 야권 인사들이 한꺼번에 실종됐다.
 
7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운동을 이끌어온 야권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3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조정위는 퇴진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야권 기구로 지난달 중순 만들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조정위를 '권력 찬탈 시도'라고 비난했고, 벨라루스 사법당국은 조정위원회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야권 간부 복면 쓴 남성에 납치"

6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반정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반정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일 먼저 조정위 간부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사라졌다. 그가 오전 10시쯤 복면을 쓴 남성에게 납치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목격자는 "민스크 시내에서 괴한들이 콜레스니코바를 미니버스에 강제로 태워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봤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콜레스니코바는 유력 여성 야권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지원해 왔다. 티하놉스카야는대선 입후보 준비 중 당국에 체포된 야권 인사 빅토르 바바리코 부인으로, 현재 신변 위협을 느껴 리투아니아로 출국한 상태다.
 

또 다른 야권 간부 2명도 연락두절

콜레스니코바의 실종에 이어 안톤 로드녠코프와 이반 크라프초프의 연락도 두절됐다. 두 사람은 각각 조정위 공보서기와 집행서기를 맡고 있다. 벨라루스 경찰당국은 콜레스니코바 등을 연행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야권에선 당국이 이들을 연행했거나 납치해 해외로 강제 출국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언론은 전날 또 다른 조정위 간부 올가 코발코바가 폴란드로 강제 출국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티하놉스카야의 대리인을 맡아왔다.
 

야권 대선 후보 "정권이 테러 자행"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루카셴코) 정권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납치는 조정위원회 활동을 저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며 투쟁을 계속해 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새로운 정직한 선거 실시를 쟁취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AFP=연합뉴스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맞붙었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AFP=연합뉴스

 
한편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달 9일 선거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시작됐다. 벨라루스 경찰은 전날 벌어진 전국의 야권 시위에서 633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이 해체하며 독립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93년 의회에서 반부패위원장을 맡아 부패 척결에 나서며, 현직 실세 정치인들을 몰아내 민심을 얻었다. 이를 토대로 다음 해인 94년 치러진 첫 민선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 장기집권을 해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