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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의 퍼스펙티브] ‘동성애자라 채용 탈락’ 주장하면 회사가 ‘아님’ 입증해야

중앙일보 2020.09.08 00:19 종합 20면 지면보기

위헌 논란 커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 찬반 논란이 거세다. 지난 7월, 성 소수자 차별연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1]

차별금지법 찬반 논란이 거세다. 지난 7월, 성 소수자 차별연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1]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지난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차별금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성별·장애·나이·인종·학력·고용형태·출신지역·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성적 지향·출신국가·출신민족 등의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23가지의 이유로, 4가지 영역(고용, 재화·용역·시설, 교육·훈련, 행정서비스)에서 차별하는 게 금지된다. 이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11조 1항의 평등권을 실현한다는 명목이다. 또 소수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포괄·추상·관념적인 ‘차별’ 개념 사용으로 국민의 자유·권리 제한
역 차별로 인한 분노 유발하게 돼 심각한 사회 갈등 초래할 수도
국가가 ‘평등’ 잣대를 사적 영역에 깊이 개입, 자유 희생해선 안돼
기본권 침해, 국민의 법 감정 고려해 국민적 합의 거쳐 법 제정해야

명목과 취지는 좋다. 헌법상 평등 이념의 실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맹점과 부작용이 커 이대로 시행됐을 때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차별에 대해 포괄적·추상적·주관적 개념을 사용해 표현의 자유, 종교·사상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직업·계약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행복추구권과 사적 자치 등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게 된다. 민주적·공화적 가치와 헌법 질서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차별금지법 3조는 금지 대상 차별의 범위를 다룬다. 사상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 행위라고 한다. 여기엔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줘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괴롭힘),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개인·집단에 대해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차별 광고)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어떤 사상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하거나 사상적·종교적 신념의 표명, 정책 제안 등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면 차별행위가 될 수 있다. 법안의 3조 1항 2호는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에 따라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경우에도 차별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해도 누군가에게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하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차별 행위를 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광장 등 공적 시설, 방송·신문 및 소셜 미디어 등에서 김일성 세습 왕조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 성적 지향 등에 대한 부정적 논의는 차별행위가 돼 할 수 없게 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선 북한 추종자, 동성애자 등의 채용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채용에 탈락한 사람이 동성애자여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와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사실에 근거한 교육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칫 성장기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전체주의 세계관, 성적 지향 등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는데도 이를 막을 보호 장치가 없다.
 
예컨대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주체사상을 찬양하고 김정은을 칭송하는 집회를 한다고 치자.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체사상과 세습 독재를 비판하면서 북한 추종자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지칭할 경우 현재는 법적 제재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그들을 비판하는 행위를 비판적 환경 조성 행위로 봐 금지한다. 민·형사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입증 책임(52조)의 문제다. ‘이 법률과 관련된 분쟁 해결에 있어 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주장하면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역차별을 낳을 수밖에 없다. 성 소수자·외국인을 비롯해 특정 사상이나 종교 등에는 특혜와 특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 이성애자 A와 동성애자 B가 나란히 입사 지원을 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동성애자라고 밝힌 B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회사가 B를 탈락시키고 B가 차별이 있었다고 주장할 경우, 회사가 그런 차별이 없다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찬반 논란이 거세다. 지난 7월, 반동성애자 단체 회원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가 열렸다. [뉴스1]

차별금지법 찬반 논란이 거세다. 지난 7월, 반동성애자 단체 회원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가 열렸다. [뉴스1]

손해배상 사건에서도 고의·과실이 없음을 증명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입증책임의 전환). 하지만 회사가 그걸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법적 제재도 두렵거니와 성 감수성과 포용성 과시를 위해 B를 우대하는 쪽을 택하기 쉽다. B는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반면 A는 탈락해도 딱히 다툴 방법이 없다. 이런 역차별은 고용상의 승진·전보·해고, 교육기관의 입학·교육·훈련이나 이용, 각종 시설·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등 광범위한 생활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종교계가 설립한 언론·학교·복지기관 등에서 교리에 따라 동성애의 죄성이나이단사설의 반윤리성을 지적하는 것도 규제될 수 있다. 교회는 동성애 목회자의 채용을 거부할 수 없고, 동성 결혼식과 주례도 거부할 수 없다.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사·직원·시설 관리인을 채용할 때 거부할 수 없다. 종교적 가치관에 의해 운영되는 각종 기관의 설립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역차별은 또 다른 분노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노의 충돌은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심각한 사회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사상 등에 대한 비판이 통제되고, 성적 지향이나 종교적 이단 사설 등에 대한 부정적 논의가 규제될 경우 진리와 진실이 왜곡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훼손되며 공공의 가치와 공동선이 침해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민주적 가치를 추구하는 헌법 질서를 훼손하며 공화적 가치를 지향하는 올바른 윤리를 해체하고 도덕적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처벌 수위도 심각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고, 그 불이행 시마다 3000만 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반복해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차별행위 손해액의 2~5배 징벌적 배상금(500만 원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 사실상의 강제력은 형사 처벌못지 않다. 또 제보자에 대해 불이익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평등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국가가 평등의 잣대를 들고 사적 영역에 깊이 개입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케 해선 안 된다. 소수자의 내적 자아에 대한 감정적 혐오가 있어선 안 되지만 그 주장과 행위에 대한 이성적 비판과 논의는 가능해야 한다. 이를 부정하면 진리와 진실을 향한 기회가 박탈되고 개인이 가지는 자유와 권리가 무력화되며 정의 실현과 사회 통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내적 자아와 정체성이 차별받아선 안 되지만, 부당하게 특혜나 특권을 누려서도 안 된다. 국민은 평등하게 자유와 권리를 가지므로, 적극적인 평등 실현 조치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그로 인해 제한되는 상대방 기본권의 종류와 침해 정도,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국민적 합의로 개별적·구체적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헌법이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포괄적 관점 차별, 헌재 결정과도 배치
차별금지법이 현실화하면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내려온 결정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헌재는 ‘표현 내용에 대한 규제는 중대한 공익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허용된다(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고 판시했다.  
 
더욱이 민주 사회에서는 특정한 영역에서 긍정적 평가는 허용하고 부정적 평가는 통제하는 것, 즉 특정한 관점에 대한 규제와 차별(viewpoint regulation, discrimination)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은 포괄적 관점 차별과 규제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다. 위축 효과(chilling effect)에 의해 인격 발현과 인간 존엄성의 실현을 방해할 수 있다. 또 사상의 자유 경쟁을 통제하고 정치적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데 악용하면 민주주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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