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키 “전쟁 경험처럼 코로나 교훈 다음세대 전해야”

중앙일보 2020.09.08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사진)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전쟁 경험에 견줄만한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할 이야기’로 꼽았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후대가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을 뽑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중고생신문 학생기자들 만나
“전쟁 미화 위험한 일” 극우 비판도

무라카미는 7일 요미우리신문이 발행하는 요미우리 중고생신문에 “각 세대에게는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만 하는(伝えるべき) 이야기를 갖고 있다”며 “우리 세대에게 그건 아버지(세대)의 전쟁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기자들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그는 “코로나19가 야기한 사회적 혼란을 계기로 10대에게도 분명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라며 2019년 5월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들’이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집필할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무라카미는 “나는 아버지와 계속 싸웠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엔 약간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지만 끝까지 전쟁에 대한 고백은 듣지 못했다”며 “70년 이상 지난 전쟁을 나머지 젊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게 돼 나로서는 이야기로 전쟁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세이에서 무라카미는 아버지가 중일전쟁 때인 1938년 징병 돼 중국에 배치된 사실을 공개하며 “아무리 불쾌하고 눈을 돌리고 싶은 게 있어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썼다.
 
무라카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재차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물었다. 이어 일본 사회에 싹트고 있는 극우주의적 역사관도 지적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에겐 전쟁이 ‘악’이라는 생각이 남아있지만, 요즘엔 전쟁 자체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거나 미화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그것은 위험한 일이라 어떤 수라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언론 노출을 자제해온 무라카미는 최근 들어선 주저 없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월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 놓일 경우 간토(關東)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무라카미가 지난 7월 단편 소설집 ‘1인칭 단수(一人称単数)’를 출간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설은 독자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며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저자인 나와 다를 수밖에 없고, 그건 틀린 게 아니다”는 문학적 지론을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