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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블랙 ‘세계 라면킹’ 돼 화려한 복귀

중앙일보 2020.09.08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신라면블랙

신라면블랙

한때 국내에선 생산이 중단됐던 신라면블랙이 출시 9년 만에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는 지난 7월 라면 시장의 베스트 11위를 꼽았다. 이 중 1위는 신라면블랙(사진)이었다.
 

9년전 1600원 프리미엄제품 출시
영양광고 허위로 몰려 생산 중단
해외 눈돌려 미·중 입맛 사로잡아
사발면 이어 두부김치 맛 새 메뉴

2011년 첫선을 보인 신라면블랙은 농심이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 시대를 열겠다며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제품의 연구개발에는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설렁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 잡내가 나지 않는 국물 개발에 공을 들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저온 농축 기술로 우거지·무 등 채소 본연의 시원한 맛을 살리고 원재료의 향을 스프에 담았다고도 했다.
 
제품 이름에 ‘블랙’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에 대해 농심은 “한국의 맛과 음식문화, 영양까지 고려한 프리미엄급이란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신라면블랙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라면 시장에서 초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편법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논란도 일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 있다”는 신라면블랙의 광고에 대해 허위·과장 표시를 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위는 개당 1600원이란 신라면블랙의 가격은 문제 삼지 않았다.
 
농심은 “(공정위의) 기준이 모호하다. 포장지에 적힌 신라면블랙의 영양성분과 통상 밥 한 공기까지 포함하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신라면블랙의 매출은 급감했다. 농심은 가격을 9.3% 내렸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결국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출시 4개월여 만에 생산을 멈췄다.
 
농심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과 중국 공장에서 신라면블랙의 생산 체계를 갖췄다. 2013년 6월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의 매점에서도 신라면블랙을 판매할 정도로 해외 유통망을 확대했다.
 
국내 시장에선 2012년 5월 전남 여수엑스포가 반전의 계기였다. 이때 신라면블랙 컵라면을 새롭게 내놨다. 그러면서 신라면블랙의 봉지라면을 다시 출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대형마트는 신라면블랙을 미국에서 역수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면블랙은 2012년 10월 국내 시장에 돌아왔다.
 
이후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신라면블랙사발’도 나왔다. 기존 용기면보다 진화한 용기면이라고 내세웠다. 밀가루와 전분 등 원료 배합비를 조정해 쫄깃하고 탱탱한 면의 식감을 구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라면 스프는 조리 전에 넣는 스프(전첨스프)와 조리 후에 넣는 스프(후첨스프)로 나눴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 진동이 면의 식감을 찰지게 하고 끓는 물과 비슷한 온도에서 조리할 수 있게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물도 봉지라면처럼 진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최근 농심은 라면과 두부 김치찌개를 조합한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를 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정에서 집에서 라면을 먹는 수요가 늘어난 점에 착안했다. 식사 대용으로 먹도록 라면에 두부와 김치를 담은 제품이다. 씹으면 연하고 부드러운 두부를 건더기로 추가했다고 한다. 농심 관계자는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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