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새 술 마신 엄마…두 딸은 15시간 폭염 속 차에서 숨졌다

중앙일보 2020.09.07 19:26
일본에서 엄마가 술을 마시러 간 사이 15시간 넘게 차 안에 방치됐던 6살, 3살 자매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日 26세 여성, 두 아이 차에 둔 채 밤새 술마셔
폭염 속 15시간 차에 있던 아이들 열사병 사망
"에어컨 켜져 있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열사병으로 숨진 아이들이 타고 있던 자동차. [사진 NHK 화면캡처]

열사병으로 숨진 아이들이 타고 있던 자동차. [사진 NHK 화면캡처]


7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에 사는 26세 여성 다케우치 마리아(竹内麻理亜)는 지난 2일 오후 9시쯤 다카마쓰 시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인근 술집에 들어갔다. 차 안에는 큰 딸 마유리(真友理·6)와 둘째 딸 유리에(友理恵·3)가 타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날 밤 다케우치는 홀로 두 곳의 술집을 거친 후 세번째 술집에서 지인 남성과 만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지인 남성의 집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낮 12시 40분쯤 주차장으로 돌아왔으나 두 딸은 뜨거운 차 안에서 숨져 있었다.
 
다케우치는 차를 주차장에서 100m 떨어진 주택가로 옮긴 후 아이들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8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목격자인 남성 A씨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다케우치가 경적을 울리며 A씨를 불러 "아이들이 열사병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가 뒷좌석을 들여다보니 원피스를 입은 자매가 눈을 감고 있었고, 주변에는 과자와 인형 등이 흩어져 있었다. 
 
A씨와 다케우치는 아이들의 심장을 마사지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곧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자매는 병원 도착 2시간여 만에 사망이 확인됐다. 
 
다케우치는 처음 경찰에 "몸이 좋지 않아 2시간 정도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아이들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 CCTV와 술집 종업원 증언 등을 통해 다케우치의 동선을 밝혀냈고, 4일 다케우치를 '보호 책임자 유기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다케우치는 체포 후 아이들을 방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차에 에어컨을 켜 놓아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와 함께 술을 마신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차가 세워져있던 주차장의 모습. [사진 NHK 화면캡처]

차가 세워져있던 주차장의 모습. [사진 NHK 화면캡처]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자매가 탄 차가 세워졌던 주차장은 지붕이 없는 구조였다. 주변엔 햇빛을 차단해줄 수 있는 높은 건물도 없었다. 다카마쓰시는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 기온이 28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였고, 3일 오전 7시에 이미 30도를 넘어 정오에는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았다. 
 
경찰은 이날 차에서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엔진 상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케우치는 남편, 두 딸과 함께 다카마스 교외 주택가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화목해보였다.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산책도 하고, 집 앞 주차장에서 바비큐하는 걸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케우치는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회 간부도 맡았다. 유치원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달 1일부터 휴원한 상황이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에도 24세 엄마가 여행을 떠난 사이 집에 방치됐던 3세 딸이 굶어 죽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안겼다. 여성은 음식과 물도 준비해놓지 않고 아이를 홀로 집에 둔 채, 8일간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