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힘듭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삼겹살집 같은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점포 철거 비용을 상담하는 문의가 늘었어요.”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서 폐업철거업체를 운영하는 최모(50) 대표의 얘기다. 그는 “예전에는 업소용 냉장고, 튀김기 등 주방기기는 매입해 되팔았는데 요즘은 새로 문 여는 음식점도 드물어 고물상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4~6월 영업난으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상가 점포 수는 2만개를 넘어섰다. 경제적 충격에 취약한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적어도 2만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7일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개로 1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 줄었다. 특히 음식점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음식업 상가는 1분기 13만4041개에서 2분기 12만4001개로 1만40곳이 문을 닫았다. 석 달간 감소한 상가 2만여 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음식점이다. 뒤를 이어 편의점ㆍ마트 등 소매 업종(3960곳), 미용실과 대중 목욕탕 같은 생활서비스 업종(3473곳)에서 폐업이 늘었다.

코로나19 직격탄에 문닫는 상가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손님 없어 아르바이트로 임대료 메운다”
이태원동 인근에서 바베큐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1) 대표는 “지난 5월 이태원발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뒤로 몇 달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 페인트칠, 원룸 청소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간신히 임대료를 메우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가 감소 비중이 큰 업종은 PC방, 유흥업소 등 관광ㆍ여가ㆍ오락 업종으로 나타났다. 2분기 해당 업종의 상가 수는 1만454개로 석 달 전(1만1714개)보다 10.8%(1260개) 감소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집단 감염을 줄이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제한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면서 이용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폐업 지원금 신청자 수, 작년 뛰어 넘어

폐업 지원금 신청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3분기에도 상가 시장 전망은 어둡다. 8월 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최근에도 자영업자의 폐업 신고가 늘고 있어 하반기에도 빈 상가는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대다수 자영업자는 대출을 끼고 창업을 한다”며 “폐업 증가로 자영업자가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사회·경제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