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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뒤 미래에 분노했다···8090 전공의들 강경파가 된 이유

중앙일보 2020.09.07 17:13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번 의사 집단 휴진 사태에서도 강성(強性)으로 분류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의사들이 7일 업무에 복귀했지만, 전공의는 이날도 집단 휴진을 고수했다. 그러다 이날 오후 온라인 간담회에서야 "8일 화요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을 1단계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전공의 전원이 일단 업무에 복귀하지만,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각 병원 비대위를 유지할 예정이다.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전공의(專攻醫)는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기간 1년)이나 레지던트(기간 4년)다. 주 80시간 의료행위를 하지만 신분은 교육생이다. 대개 1980년대 후반~90년대생인 이들은 선배인 전임의보다 정부 의료 정책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복지부와 의료정책에 대한 '원점 재검토'에 합의했지만, 전공의들은 내부 반발에 부딪혀 업무에 곧바로 복귀하지 않았다.
 
대전협 집행부는 업무 복귀를 결정하면서도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파업 중단 결정에 일부 전공의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비상사태에서 단체행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서 물러나겠다"며 "모든 전공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제 부족함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전협 집행부는 이날 "단체행동을 시작한 이유와 목표가 정책의 철회 혹은 원점 재논의였다"며 "대외적 명분이 사라진 상태에서 합의안의 항목인 복귀 모습을 보여 신뢰를 쌓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나 국회가 합의를 이해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8090 의사들, "SNS로 뭉쳤다"

전문가들은 전공의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정부 의료 정책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4대 의료정책 중 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며 "이 정책을 통한 의료인력은 약 15년 뒤에나 시장에 나와 검증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기간 일한 선배들보다 앞으로 의료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할 전공의가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의사들의 특성이 강경한 파업을 끌어냈다는 분석도 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전공의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라며 "민주화 이후 태어난 세대라 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했다. 안 소장은 "협회 결정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나오고, 파업을 하자 정부가 전공의를 처벌하겠다고 나왔다"며 "이런 모습을 이 세대 의사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과거 전공의나 의대생들은 각 병원·대학 단위로 조직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지금 전공의들은 SNS를 통해 하루 이틀 내에 의사결정을 끝낸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협약식을 반대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들. 뉴스1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협약식을 반대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들. 뉴스1

"밥그릇 싸움" 비판도

전공의 파업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향후 의사 숫자가 늘어나 직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파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의료 엘리트들이 이익을 위해 뭉친 것"이라며 "전교 1등을 해서 의사가 되는 것은 개인의 영역이지만, 사회의 적정 의사 숫자는 공적인 영역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정부 정책이 완벽할 수 없다"며 "전공의들이 '진료 거부'라는 극단적 방법을 멈추고 바깥세상과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실 한켠에 쌓인 파업 관련 피켓. 뉴스1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실 한켠에 쌓인 파업 관련 피켓. 뉴스1

한 대학병원 전임의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전공의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지쳐있다"며 "주 80시간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 좋은 교육을 받는다는 자부심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국제사회 기준으로 봤을 때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이들"이라며 "보상 심리가 생기지 않도록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에 먼저 예산을 써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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