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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29만원"이라는 전두환… 법원 "재산 다시 명시할 필요없다" 판결

중앙일보 2020.09.07 15:14
지난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뉴시스]

지난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목록을 다시 명시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17년 전인 2003년 추징금에 대한 재산 명시가 이미 이뤄졌다는 이유로 검찰의 요청을 물리쳤다. 검찰은 즉시 재항고 했다.
 
7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3부(재판장 박병태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검찰이 전 씨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 신청 항고를 기각했다.
 
전 씨의 재산을 다시 명시해달라는 요청은 지난해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최초 재산 명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거액의 추징금 미납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생활 중인 점을 이유로 다시 재산 명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재산 명시 관련 일지
2003.6.23 재산 목록 제출 및 명시 선서가 이뤄짐. 전 씨는 진돗개, 피아노 등과 예금 29만원을 재산으로 명시.  
2019.4.12 채권자 대한민국, 채무자 전두환에 대해 재산 명시를 다시 신청함
2019.4.25 법원 기각. 기각 사유는 2003년에 이미 이뤄져고, 재신청을 받아들이기 부족함  
2019.5.20 검찰은 즉시 항고하기로 함  
2020.8.28 법원, 항고 기각. 이미 재산 제출됐고, 그 목록이 허위라면 형사 절차에 의하면 될 것임. 새 재산 취득했다고 할만한 자료 부족함  
2019.9.4 재항고 제출 
최초의 재산 명시는 2003년에 이뤄졌다. 당시 전 씨는 재산목록에 진돗개·피아노·에어컨·시계 등 수억 원 상당의 품목을 적고 예금 29만1000원(15만 원, 14만 원, 1000원이 든 예금통장 3개)을 기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측근과 초호화 골프 회동과 오찬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의해 포착됐다.
 
법원은 지난해 4월 25일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재신청을 받아들이기에 부족하다"며 검찰의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5월 재항고를 했지만, 법원은 약 1년여 만에 다시 기각한 것이다.
 
서부지법은 "이미 재산 목록이 제출됐고, 채무자가 쉽게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재산을 취득했다고 볼만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자료가 부족하다"고 기각의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재항고를 결정하고 지난 4일 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반란수괴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 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뇌물 등에 대한 추징금도 220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314억원만 납부됐다.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전 씨가 제3자에게 이전한 재산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재산 명시가 필요하다. 재산 명시 목록에는 유상양도나 무상처분을 받은 사람의 개인정보, 거래내역, 권리 이전내역 등을 적게 돼 있다.
 
진준형 변호사(법무법인 시원)는 “전 씨는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어 은닉한 재산이 상당할 것이라고 의심되고, 최초 재산 명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그 사이 재산에 변동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또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추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제3자에게 흘러간 재산에 대해서도 새로이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검찰의 재산명시신청에는 정당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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