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네이멍구 한어(漢語)수업 반대 시위 확산에 현상금 100배 뛰어

중앙일보 2020.09.07 10:31
중국 당국이 한어(漢語)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네이멍구(內蒙古) 시위에 강력하게 대처하기 위해 내건 현상금이 1000위안(약 17만 4000원)에서 무려 100배가 늘어난 10만 위안으로 뛰는 등 네이멍구 시위 상황이 심상치 않다.
 

5대 민족자치구 중 하나인 네이멍구자치구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수업 시작하자
네이멍구 곳곳에서 민족문화 탄압 시위
주동자 현상금, 1000위안서 10만위안 폭등

중국 당국이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漢語) 수업 시행을 명령하자 거센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자들이 ‘몽골의 전통문화를 보호하자’는 구호를 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漢語) 수업 시행을 명령하자 거센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자들이 ‘몽골의 전통문화를 보호하자’는 구호를 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이멍구자치구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 28일부터다. 이틀 전인 26일 네이멍구 교육청이 중국 국가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만들어진 ‘어문(語文)’ 교재를 2020년 가을 신학기부터 사용한다고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새로운 어문 교재 시행 방안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생은 과거 민족 언어인 몽골어 수업을 받았으나 이제부터는 한어를 배우게 된다. 이전엔 2학년 때부터 배우던 한어를 입학하자마자 받게 되는 셈이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선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몽골어 수업을 하고 2학년 때부터 한어를 가르쳤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선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몽골어 수업을 하고 2학년 때부터 한어를 가르쳤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학교 1학년생도 중국 당국이 전국적으로 쓰도록 한 새로운 한어 교과서로 수업해야 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후허하오터(呼和浩特)와 퉁랴오(通遼), 어얼둬스(鄂尔多斯) 등 네이멍구 곳곳에서 수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몽골어를 배우는 건 빼앗길 수 없는 권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1일부터 개학인데도 등교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퉁랴오시의 한 중학교엔 1000여 명의 학생이 있는데 현재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불과 10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2월 28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의 민족실험학교 개학일에 몽골 전통복장을 한 가장들이 나와 서로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018년 2월 28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의 민족실험학교 개학일에 몽골 전통복장을 한 가장들이 나와 서로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들은 몽골어 수업 축소로 몽골어가 존망의 갈림길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당국이 티베트나 신장(新疆) 지역에서와같이 네이멍구 자치구의 민족 문화를 말살해 궁극적으로는 한족(漢族)으로 동화시키려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소수민족의 한어 실력을 제고시키는 조치일 뿐인데 일부 과격분자가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공공장소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혐의로 체포하겠다며 이들에 대한 신원 정보를 제공하면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교육청이 지난달 26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 수업을 한다고 발표하자 네이멍구 곳곳에서 몽골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교육청이 지난달 26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 수업을 한다고 발표하자 네이멍구 곳곳에서 몽골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퉁랴오 경찰은 이에 따라 인터넷 공간에 129명의 수배자를 띄우고 1000위안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러나 6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어얼둬스시는 2000위안에서 최고 10만 위안의 현상금까지 제시했다.
 
현상금이 100배까지 늘어난 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5대 민족 자치구 중의 하나인 네이멍구에서는 지난 2011년 한 목동이 한족 운전사의 트럭에 치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차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적이 있다.
 
중국 5대 민족 자치구 중 하나인 네이멍구자치구는 이제까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한어 수업이 없고 몽골어 수업을 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5대 민족 자치구 중 하나인 네이멍구자치구는 이제까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한어 수업이 없고 몽골어 수업을 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현재 시위는 10년 만의 최대 시위로 알려진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어문 교재는 중국 당국이 2017년 국가교재위원회를 설립하고 면밀하게 준비해온 것이다. 당시 신장위구르족 자치구의 어문 교재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2000년 신장교육청 청장이던 사타얼사우티가 2009년까지 위구르 어문 교재 편찬을 주도하면서 '범 투르크주의' 사상을 고취하려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신장 위구르족은 터키의 국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를 우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중국 네이멍구에서 한어(漢語)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중국 정책에 반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뉴스1]

중국 네이멍구에서 한어(漢語)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중국 정책에 반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뉴스1]

 
이에 충격을 받은 중국 당국은 국가교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데올로기 색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어문과 정치, 역사 등 세 과목에 대해선 중국 전체에서 통용될 교과서를 편찬하고 중국의 모든 지역 학교가 이를 사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신장과 티베트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의무교육 단계에서부터 통일 교과서 사용에 들어간 상태였다. 중국 당국은 또 지난해 내내 홍콩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일어났던 배경엔 홍콩 교과서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게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서 한어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당국은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붙잡겠다며 시위를 조장하는 사람을 상대로 최고 10만위안의 현상금을 걸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서 한어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당국은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붙잡겠다며 시위를 조장하는 사람을 상대로 최고 10만위안의 현상금을 걸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가을학기부터는 네이멍구와 지린(吉林), 칭하이(靑海) 등 6개 성에 분포한 모든 민족언어 수업학교에서도 통일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는데 현재 네이멍구에서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네이멍구자치구 정부는 지난 1일 밤 긴급회의를 열고 “학생과 가장, 군중에게 정책을 잘 설명해 학생의 정상적인 등교를 보장하라”고 지시했지만, 네이멍구 TV의 300여 몽골족 직원이 자녀를 데리고 등교하라는 방침에 연명으로 반대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