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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규제 풀자"는 김병욱, "더 조이자"는 이용우…민주당의 '상장회사법' 동상이몽

중앙일보 2020.09.07 05:00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지난 3일 '상장회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흩어져 있는 상장회사를 규율하는 조항들을 한 데 모아 독립된 법률로 만들자는 것이다. 
 
2009년 증권거래법을 모태로 한 자본시장법이 제정될 당시 상장 회사의 재무구조 관련 조항은 자본시장법으로 승계됐지만 지배구조와 관련된 조항들은 상법에 남겨졌다. 자본시장법은 금융위원회 소관이고 상법은 법무부가 관장하다보니 상장회사라는 하나의 법적 실체를 다루는 법률의 재·개정 권한도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로 나뉜 채 1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업계나 학계에서는 "하나의 기관이 하나의 법률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사외이사 선임의무 면제 등을 골자로 한 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뉴스1]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사외이사 선임의무 면제 등을 골자로 한 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뉴스1]

김 의원의 법안은 경영 자율 확대와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는 상장회사에게 사외이사 선임은 의무사항이지만 '김병욱안'은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의 상장사에게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를 면제하는 등 회사의 자산 규모에 따라 사외이사제 적용 수준에 차등을 뒀다.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의 상장사에겐 현재 의무사항인 감사위원회도 상근감사제도 대체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줬다. 김 의원은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로 구성되고 회의도 평균 연 4회 정도에 그쳐 감사 업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오히려 상근감사제가 기업 투명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도 김 의원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법안에 담았다. 현재는 최대주주의 지분을 산출할 때 가족·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하지만 최대주주 개인 지분만 따지도록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감사위원 선임에 최대주주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김 의원은 "합산 방식의 3%룰은 경영권과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우의 동상이몽   

이용우 의원은 상장사 최대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김병욱 의원의 발의안과는 결이 다르다.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사외이사 결걱사유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이용우 의원은 상장사 최대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김병욱 의원의 발의안과는 결이 다르다.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사외이사 결걱사유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상장회사법'이라는 같은 표제의 법안을 먼저 낸 것은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출신인 같은 당 이용우 의원(지난달 5일)이었다. 그러나 '이용우안'은 사외이사 자격 엄격화 등 규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흩어진 상장회사 관련 조항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김 의원과 같지만 내용은 방향이 달랐다. 동상이몽인 셈이다.
 
이 의원안은 상장사 및 계열사에서 재직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퇴직 후 3년 이내에 그 회사의 사외이사로 임명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사외이사의 결격사유를 늘려놨다. “사외이사와 감사가 회사 경영진과 대주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3%룰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현행 '특수관계인 합산 3%'를 유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특수관계인을 제외할 경우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대주주의 자의적 감사위원 선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욱·이용우 의원 상장회사법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병욱·이용우 의원 상장회사법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병욱안에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언택트 기조에 맞춰 원격통신수단을 활용한 전자 주주총회를 제도화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주주총회의 일반 의결 기준도 현행 '출석 주주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동의'에서 '출석 주주의 과반수, 전체 발행주식의 5분의 1 동의'로 완화하는 내용도 김 의원이 의미를 부여한 대목이다. 반면 이용우안에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 인수합병시 대주주 지분에만 프리미엄을 붙여 일반 주주 지분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16년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대주주의 지분은 주당 2만3182원에 사들였지만 소액주주의 지분은 6737원에 사들여 논란이 됐다.  
 
두 사람의 내용 차이는 상장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본질적 차이에서 비롯됐다. 김 의원은 자신의 법안을 “실효성 없고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균형 잡힌 법안”이라고 소개한 반면 이 의원은 자신의 안이 “대주주의 배임·일탈을 예방하고 더욱 엄격한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의 입장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운영의 주체인 상장사와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최대주주-소액주주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여·야 격돌

법무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지난 6월 10일 고기영 법무부차관이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지난 6월 10일 고기영 법무부차관이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추경호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의원은 6일 경영권 보호에 초점을 둔 맞불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주주 지분에 의결권을 강화하는 차등의결권 제도와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다. 지난달 25일 정부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상법 개정안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추 의원은 “반기업·반시장 정책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기업들의 경영을 더욱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은 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제도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주식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 관계자는 "기업 운영의 뼈대에 영향을 주는 상반된 법안이 당 안팎에서 쏟아져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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