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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걷기축제 강행…무모하다고? 그들은 묘수 찾았다

중앙일보 2020.09.07 05:00

손민호의 레저터치

 2020년 제주올레 걷기축제 포스터. [사진 제주올레]

2020년 제주올레 걷기축제 포스터. [사진 제주올레]

코로나 시대. 그것도 강화된 거리두기가 시행돼 거의 모든 야외행사가 취소된 2020년 가을.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다음 달 예정된 걷기축제를 감행한다. 컴퓨터 화면으로만 감상하는 온라인 축제가 아니다. 연평균 1만 명 수준의 축제 참가자를 고수한다. 무모하다고? 내 눈에는 제주올레가 묘수를 찾아냈다. 제주올레가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축제의 한 돌파구를 제안했다고 나는 믿는다.
 

제주올레 걷기축제

2010년 제1회 제주올레 걷기축제 장면. 1코스 말미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손민호 기자

2010년 제1회 제주올레 걷기축제 장면. 1코스 말미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손민호 기자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연인원 1만 명이 참가하는 대형 문화관광축제다.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아도 해마다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여행레저 업계가 사실상 멈춰 섰다. 그런데도 제주올레는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국내 걷기여행 열풍의 진원지다운 시도다.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2010년 개막했다. 해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열렸다. 축제는 매회 2∼5개 코스에서 진행됐다. 하루에 한 개 코스씩 걷는 방식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천 명이 올레길을 걷는 장면은 매해 장관을 연출했다. 2015년까지 제주도를 한 바퀴 다 돌았고, 2016년 1코스부터 다시 걷기 시작해 지난해 10코스까지 걸었다. 축제 참가자는 하루 평균 4000명, 연인원은 약 1만 명으로 집계된다. 외국인도 매년 1000명꼴로 참가했다.
지난해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10주년을 맞았다. 올레 축제 10년의 성과를 정리했다.

지난해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10주년을 맞았다. 올레 축제 10년의 성과를 정리했다.

 

2020 제주올레 걷기축제

제주올레 코스 지도. 올해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제주도 본섬에 들어선 23개 전 코스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그래픽 제주올레]

제주올레 코스 지도. 올해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제주도 본섬에 들어선 23개 전 코스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그래픽 제주올레]

올해 축제도 올레길을 걷는다. 다만 걷는 방식이 다르다. 걷기축제의 의미는 지키며 참가자를 최대한 분산한다. 이 대목에서 묘수가 등장한다. 올해 축제는 일정이 길다. 10월 23일부터 11월 14일까지 23일이나 된다. 축제가 열리는 코스도 많다. 23개 코스에서 축제가 열린다. 전체 26개 코스 중에서 제주도 본섬에 있는 23개 전 코스에서 날마다 축제를 한다.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코스별 참가자를 15명으로 제한한다. 이 15명이 하루에 한 코스씩 걷는다. 오늘 1코스를 걸으면 내일 2코스를 걷는 식이다. 이렇게 23일을 걸으면 23개 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이 15명 정원의 팀이 모두 23개 꾸려진다. 23개 팀이 23개 코스에 흩어져 각자 출발한다. 23개 팀이 하루에 한 코스씩 23일간 23개 코스를 이어달리기하듯이 걷는다. 23일간 23개 팀은 같은 올레길을 걷는다. 그러나 길에서 만나는 일은 없다. ‘따로함께’. 2020 제주올레 걷기축제의 슬로건이다.
 
계산을 해보자. 하루 15명이 23개 코스를 걸으니 1일 참가자는 345명이다. 345명이 23일간 걸으니 전체 참가자는 7935명이다. 코스마다 자원봉사자가 두 명씩 배치된다. 자원봉사자까지 포함하면 올해 축제 참가자는 모두 8993명이 된다. 연평균 축제 참가자 약 1만 명에 버금가는 숫자다.
 

바꿔야 산다  

지난해 제주올레 걷기축제 모습. 올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올레길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올레 축제는 문화와 여행을 결합한 최고의 모델이다. [사진 제주올레]

지난해 제주올레 걷기축제 모습. 올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올레길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올레 축제는 문화와 여행을 결합한 최고의 모델이다. [사진 제주올레]

제주올레 사무국이 현재 축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23개 코스를 모두 걷는 완주자 부문 접수는 11일 마감한다. 완주자로 1일 참가자 345명이 안 채워지면, 일부 코스만 걷는 ‘선택 참가자’ 부문 신청을 14일부터 25일까지 받는다. 참가비는 완주자 5만원, 선택 참가자 2만원. 완주자에겐 축제 완주용 여권이 지급된다. 이미 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올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올레길 공연이다. 초등학교 합창단부터 마을 부녀회 댄스팀, 전문 클래식 연주자 등의 공연이 올레길 곳곳에서 펼쳐진다. 아직 올해 공연 프로그램을 못 짰다. 예년처럼 수천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아 공연 준비에 제약이 많다. 소규모 행사팀이 하루에 두세 개 코스로 공연 배달을 나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부녀회가 차려주던 점심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부녀회가 준비한 도시락을 미리 사는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다. ㈔제주올레 안은주 이사의 설명을 옮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상황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순 없었습니다. 현재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물론 훨씬 더 힘들 겁니다. 훨씬 더 많은 사람과,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겁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세상이 변했으니 여행의 방식도 변해야 합니다. 올레길을 걷는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됩니다.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더 나빠지면 이 계획도 취소할 것입니다.” 
 
어떠신가. 천하의 묘수 아닌가. 사람은 여전히 올레길을 걸으나 길에서 만나는 일은 없다. 연평균 참가자 수는 지켜 혹여 모를 예산 관련 시비도 차단한다. 벌써 9개월째 다들 보건당국 입만 바라보고 산다. 규제를 죄면 생계를 걱정하고, 규제를 풀면 안전을 염려한다. 여행레저 산업은 천수답 농사가 아니다. 언제까지 정부 지원금 타령만 할 것인가. 바뀐 세상에 여행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산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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