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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씨 남긴 의·정, 국민에게 사과하고 근본 해법 찾아야

중앙일보 2020.09.07 00:06 종합 34면 지면보기
마주 달리던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충돌 직전에 일단 멈춰 서기로 지난주 말 합의했다. 양측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이른바 ‘4대 정책’의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되 의사들은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다만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과 일부 강경파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반발하고 있어 파업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큰 틀에 합의했으나 전공의·의대생 반발 여전
코로나 국난 시기에 의료시스템 붕괴는 안 돼

그나마 의·정이 지난 4일 큰 틀에서 사태를 수습하기로 합의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정부든, 의료계든 사태를 여기까지 키운 책임이 무거워서다.
 
먼저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졸속으로 4대 정책을 추진하다 불안을 키운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하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런 정책을 추진해 분란을 자초하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혼란을 키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전공의·전임의·개업의 등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시점에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 환자가 고통받고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집단 진료거부는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놓고 진영별로 갑론을박이 제기되는 등 후유증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의료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을 주장해 온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무릎을 꿇어 공공의료 확충 노력이 좌절됐다고 비판한다.
 
의료시장주의 노선을 펴 온 주류 의료계에선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최대집 의협 회장의 졸속 합의를 비판하고 있다. 어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는 의사 국가시험 거부 입장을 유지하기로 결의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7일에는 복귀하지 않고 전체 전공의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자칫 강경파들에 의해 의·정 합의가 번복되거나 사문화할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
 
어떤 경우에도 의사 파업 사태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코로나19가 환절기 독감과 결합하면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의·정 합의가 끝은 아니다. 여당이 개입해 합의 도출만 앞세우다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면 이번엔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4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바람에 이번 파업 사태를 초래하지 않았나.
 
의대생들과 젊은 의사들은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에 특히 민감하다. 젊은 의사들의 불만을 끝까지 듣고 최대한 설득해 파업 사태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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