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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홍삼 몸통에 풍부한 산성 다당체, 사포닌보다 면역력 증강 효능↑

중앙일보 2020.09.07 00:04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새로 밝혀진 홍삼의 비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가 시작되면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면역력을 개선하기 위해 찾는 대표적인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로 만든다. 특히 ‘면역 기능 개선’과 관련한 기능성 원료는 현재까지 홍삼을 비롯해 클로렐라, 알로에겔, 표고버섯 균사체 등 모두 20여 종이다. 이 가운데 홍삼은 최근 수년간 다양한 연구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기전이 입증돼 더욱 주목된다.
 

6년근 인삼으로 만든 홍삼서
산성 다당체 특히 많이 발견
동물 실험서 면역 회복력 확인

흔히 홍삼의 유익 물질로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을 떠올린다. 그간 사포닌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의 대표 물질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이어진 연구에 따르면 홍삼에 면역 증강 물질이 더 있다. 심지어 사포닌보다 면역 증강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이 확인됐다. 바로 홍삼의 ‘산성 다당체’다. 다당체란 당이 여러 개 붙어 있는 화합 물질로, 탄수화물의 구성 성분이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다당체는 인삼의 뿌리보다 몸통 부위에 더 풍부하다. 다당체는 구조에 따라 산성 다당체와 중성 다당체 등으로 나뉘는데, 산성 다당체의 경우 인삼을 찌고 말려 홍삼이 될 때 5~12배 많아진다. 특히 ‘6년근’ 인삼으로 만든 홍삼에서 산성 다당체가 많이 발견된다.
 
 

홍삼 만들 때 산성 다당체 5~12배 증가

 
홍삼의 산성 다당체가 사포닌보다 면역 증강 효과가 우수하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2014년)에 따르면 한국인삼연구원은 6년근 홍삼을 물과 에탄올로 추출해 시료를 만들고, 이들 시료가 면역력을 얼마나 높이는지 확인했다. 물 추출물에는 산성 다당체가 7.46%, 사포닌이 0.61%로 산성 다당체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에탄올 추출물에는 사포닌이 6.99%, 산성 다당체가 0.11%로 사포닌이 많았다. 연구팀은 면역력이 약한 쥐에게 이들 시료를 각각 투여해 항체 형성 능력(AFCs)을 비교했다. 항체 형성 능력이란 체내에 세균·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몸에서 항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또 해당 연구에선 쥐 비장 내 T세포·B세포·대식세포 등 면역 세포의 수로 이 지표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산성 다당체가 많은 물 추출물 투여군에서 이들 면역 세포가 가장 많이 검출됐다.
 
그렇다면 다당체 중 산성 다당체가 면역력을 가장 잘 높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인삼연구원 효능연구팀은 쥐에 항암제·면역억제제로 쓰이는 약 성분인 시클로포스파미드를 투여해 면역력을 떨어뜨린 뒤 비장·흉선의 무게를 측정했다. 비장·흉선은 T세포·B세포·대식세포 같은 면역 세포에 이물질을 잘 가려내는 능력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이 연구에선 이들 장기의 무게가 줄어들수록 면역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약의 투여 결과 비장·흉선의 무게가 각각 25.2%, 23.6%씩 감소했다. 이후 연구팀은 일부 쥐에게 6년근 홍삼의 중성 다당체 추출물, 산성 다당체 추출물을 하루에 100㎎/㎏씩 10일간 먹이고 나서 비장·흉선의 무게를 다시 측정했다.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그룹(대조군)과 비교했더니 산성 다당체 추출물 투여군의 비장·흉선 무게가 각각 8.1%, 11.8%씩 증가했다. 면역력이 잘 회복한 것이다. 반면, 중성 다당체 추출물 투여군은 각각 2.7%, 5.9%씩만 회복하는 데 그쳤다. 또 면역 세포 수가 산성 다당체 추출물 투여군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인 ‘분자(Molecules)’에 게재됐다.
 
 

대식세포 움직임 활성화해 면역력 높여

 
홍삼의 산성 다당체는 과연 어떤 기전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걸까. 이를 입증한 연구결과가 2012년 염증 조절 관련 국제학술지(Mediators of Inflammation)에 실렸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조재열 교수, 경북대 수의과대 이만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쥐의 복강에서 뽑아낸 대식세포에 홍삼의 산성 다당체 추출물을 농도를 달리해 처리했다. 대식세포는 체내 최전방의 면역 세포로, 몸에 세균·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 세포 가운데 가장 먼저 달려 나가 이들을 먹어치운다. 또 대식세포는 체내에 죽은 세포, 노폐물을 잡아먹는 ‘청소부’ 역할도 담당한다. 대식세포가 활발히 움직이면 면역을 활성화하는 단백질(NF-κB, AP-1, STAT-1, ATF-2, CREB 등)이 대식세포의 핵 내로 이동한다. 이때 대식세포에서 산화질소(NO)를 분비한다. 산화질소는 세균·바이러스·염증·암세포 등을 사멸시키는 면역 인자로, 최근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구결과, 산성 다당체를 처리한 그룹의 대식세포에서 산화질소의 분비량이 유의하게 많아졌다. 연구팀은 “홍삼의 산성 다당체가 대식세포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화질소의 생성을 강하게 유도했다”며 “이번 연구는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홍삼을 섭취하면 홍삼의 산성 다당체가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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