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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펀드 일러야 내년 투자 가능, 정권말 흥행성공 미지수

중앙일보 2020.09.07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만든다는 소식에 시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다수 국민이 투자할 수 있는 정책 펀드 가운데서는 최대 규모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아직 계획 단계라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교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궁금증을 정리했다.
  

‘기대반 우려반’ 뉴딜펀드 궁금증
운용사 선정, 법개정까지 상당 시간
녹색펀드 등 정권 바뀌며 퇴출 수순

20조 중 국민 참여는 1조 예상
홍남기 “세제 지원 강화, 투자 기대”

수익 -10%여도 정부가 원금 보장
결국 손실 책임 국민들이 지는 셈

뉴딜펀드 개념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뉴딜펀드 개념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 전에 없던 펀드인가
 
사실 뉴딜펀드는 민간에서 운용하는 섹터펀드와 유사하다. 섹터펀드는 정보기술(IT)·소비재 등 특정 산업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뉴딜펀드는 그린 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같은 민자사업,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안전관리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시설 같은 뉴딜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부가 모펀드를 조성한 뒤, 자펀드를 굴리는 구조라는 점에서 민간의 섹터펀드와는 차이가 있다. 이런 형태의 정책 펀드는 정권마다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땐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부 땐 통일펀드가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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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제 가입 가능할까
 
금융위는 자펀드 운용사 모집 공고 등 관련 절차를 내년 1월부터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운용사 선정이나 법률 개정까지 마쳐 실제 국민이 투자하는 단계가 되려면 일러야 내년 2분기로 예상된다. 20대 대선(2022년 3월)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이다. 이 때문에 뉴딜 펀드의 수명이 몇 달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디지털·그린 경제는 글로벌 추세이기 때문에 현 정부 이후에도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의 통일펀드는 실체가 모호했고, 이명박 정부 때의 녹색펀드는 관련 산업 태동기여서 투자 대상이 충분치 않았다”면서 “이번 디지털· 그린 뉴딜은 이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방향성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그린 청사진대로 일관성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3 원금 손실 가능성은
 
뉴딜펀드는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손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금융위 역시 “일반 국민이 참여하지만 모두 자기 책임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다만 손실 위험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가 후순위 출자해 먼저 위험을 떠안는 구조여서다. 수익은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들이 보고 손실 위험은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다만 어느 정도를 후순위 출자할 것인지를 두고 혼란이 있었다. 지난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펀드 수익률이 -35%일 경우에도 원금 전액을 돌려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4일 “손실 부담률이 기본적으로 10%”라고 정정했다.  
  
4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익이든 손실이든 얼마가 될지는 굴려봐야 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컨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수익률이 좀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민간 비중을 높이고, 풍력발전은 투자위험이 크기 때문에 재정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운영한다”며 “상품 구조와 설계가 프로젝트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익률 예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국고채(현재 10년물 연 1.527%)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평균 기대 수익률은 당초 언급됐던 연 3%엔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뉴딜 분야가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받는 만큼 성장세에 따라 단기적으로 쏠쏠한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정부의 일정한 통제 속에 운용한다는 점에서 공격적으로 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5 돈은 많이 모일까
 
전체 뉴딜펀드는 조성 기간이 5년이다. 장기간 돈이 묶이고, 수익률도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금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약하다는 평가다. 20조원 중 민간이 투자하는 돈은 13조원인데 대부분은 은행 등 금융회사나 연기금 몫이다. 금융위도 ‘뉴딜 분야 성격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 기간이 길어 민간 자금이 선뜻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일반 국민의 참여를 최대 1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연간 2000억원 규모로, 한 사람이 1년에 1000만원씩 펀드에 가입한다면 2만 명 정도가 가입할 수 있다.
 
흥행 여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뉴딜펀드의 경우, 예전보다 강력한 세제지원 혜택을 주고, 투자지원 범위도 넓게 열어뒀다”며 “이번에는 잘 작동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6 뉴딜 수혜주는 어디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연내 ‘정책형 뉴딜펀드’의 사업성과 리스크를 평가할 운영심의위원회(가칭)가 꾸려지면 금융회사들이 제시하는 뉴딜 관련 투자처를 다각도로 검토해 정책자금과의 매칭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펀드 조성 소식만으로도 시장은 달아올랐다. 발표 다음 날인 4일 유니슨·현대에너지솔루션·효성중공업·한화솔루션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0개 수혜 종목을 선정하기도 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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