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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대표, 코로나 보릿고개 사투 “자전거 배달 알바해 버텨요”

중앙일보 2020.09.07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9년 차 여행사 대표 이모(48)씨는 요즘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배달 콜’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8월 말부터 자전거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수개월째 ‘0’를 기록하고 있는 여행사 수입 때문에 시작한 고육책이다.
 

“배달 경쟁 치열해 폭우에도 일
여행사 폐업 안해 임대료도 내야
재난지원금 여행업계 포함되길”

이씨뿐이 아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전거, 킥보드 등을 이용해 음식 등을 배달하는 이들과 업체 측을 연결해 주는 배민커넥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의 누적 배달원 지원자 수가 22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영업을 접거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은 채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자전거 배달 아르바이트의 ‘피크타임’은 ‘오전 10시30분~오후 1시30분’과 ‘오후 5~7시’다. 이 시간에 배달하면 다른 시간보다 2배 정도 많은 8000원 정도의 배달료를 받는다. 오전 피크타임이 시작된 직후 ‘1.5㎞를 6분 안에 다녀오라’는 콜을 받은 이씨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근 배달원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시간에 2~3건을 잡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배달 콜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20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오후 1시30분 이후에는 앱을 끄고 잠시 회사 일을 본다.
 
오후 피크타임의 시작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이씨가 반색했다. 폭우 등 위험한 상황에선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배달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이씨는 음식을 감싸기 위해 우비를 챙기면서 “음식을 담은 봉투가 많이 젖으면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다. 그 금액은 배달원이 모두 물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배달을 하다 넘어져도 업체에서는 ‘음식은 괜찮냐’고 먼저 묻는다. 그럴 때면 정말 처량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의 배달 아르바이트 수입은 월 170만원 정도. 사무실 임대료 등 매달 고정비용만 최소 200만원인 그에게 충분하진 못하지만 단비 같은 돈이다. 이씨는 “하루 수입이 47만원이고 연봉이 억대라고 소개된 배달원도 있지만 그건 극소수일 것”이라며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배달 주문도 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배달원도 늘어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4월에도 자전거 배달을 했는데 거기서 동네 여행사 사장님을 많이 만났다”며 “2차 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PC방이나 음식점뿐 아니라 여행업자들도 대상에 꼭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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