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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때…보수단체 개천절 4만 집회, 추적 못하게 폰 끈다

중앙일보 2020.09.06 16:23
개천절 보수집회 포스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개천절 보수집회 포스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보수성향 단체들이 다음달 3일 개천절 집회를 예고했다. 일부 단체는 휴대전화를 끄고 집회에 참가할 것을 독려해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민들의 동선 추적 과정에서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활용해왔다.
 

보수단체, 4만명 개천절 집회 신고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4일 천만인무죄석방본부(우리공화당)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개천절인 다음달 3일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서 4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 단체의 집회 신고를 모두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회 개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앞선 8·15 광복절 집회에서 법원이 일부 보수단체가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집회금지 명령이 무력화된 바 있다. 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불법 집회에 참가자들이 모이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단체 “휴대폰 끄고 와라” 

일부 보수단체는 “휴대폰을 끄고 참가하라”는 취지로 개천절 집회 참가를 독려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집회 관련 포스터에는 집회 일정과 함께 ‘핸드폰 OFF’ 문구가 명시됐다. 방역당국이 휴대전화를 통해 집회 참가자를 추적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소지한 경우 기지국을 이용하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개인의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난 5월 이태원 클럽과 8월 광복절 집회에서 감염 대상자를 추적하고자 정부는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활용했다.
 
기지국 접속 정보는 휴대전화가 인근 기지국과 신호를 주고받을 때 생성된다. 휴대전화는 사용하지 않을 때도 언제든 전화나 문자 메시지,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해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된 가까운 안테나와 연결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기지국은 전파를 송출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신호를 주고받는 접속 이력을 통해 특정 휴대전화가 시간대별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전원 끄면 기지국 추적 불가능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시청 기지국에 5G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시청 기지국에 5G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그러나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 있거나 비행기모드일 경우 접속 정보를 추적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 경우 전원을 종료하기 직전 마지막 접속 기록만 기지국에 남게 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광화문 집회 때 정부가 집회 참가자를 추적하는 것을 보고 보수단체들이 휴대전화를 끄는 방식을 고안해낸 것 같다”며 “휴대전화 전원을 끄면 기지국 접속 정보를 통한 추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기지국 접속 정보가 없더라도 집회 참가자를 추적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기지국 접속 정보 외에 다른 방식으로 정부가 집회 참가자를 추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다만 여러 정보를 종합해야 하는 만큼 참가자 동선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인원의 위치를 추적하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현재로선 기지국 접속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 “기지국 추적은 기본권 침해”

일각에선 이러한 추적 방식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정부가 이태원 방문자 1만여명의 동선을 추적하고자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한 행위가 위헌이라며 지난 7월 30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변은 감염병 환자나 의심자의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한 ‘감염병예방법’이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민변 측은 “법률에 명시된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까지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며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가 감염병 전파방지에 기여했는지도 불분명하고 대상자들을 사회적 위험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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