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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무임승차 허용, 안 돼" 공정위 제재에 행정소송 준비하는 네이버

중앙일보 2020.09.06 15:55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플랫폼 기업 감독에 드라이브를 건 공정위와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 사이 갈등이 향후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CP)와 2015·2017년 매물정보 제공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정보를 3개월간 제3자에게 주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경쟁사인 카카오가 부동산 정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남용(멀티호밍 차단)했다고 봤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당시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시장 점유율은 매물 건수 기준 40% 이상, 순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 트래픽 기준 70% 이상이었다”며 “이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부동산과 경쟁사업자 매물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네이버부동산과 경쟁사업자 매물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네이버는 공정위 발표 직후 ‘네이버부동산 서비스 관련 공정위 조치 결과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결정에 기업이 즉각 반박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네이버는 현재 쇼핑, 동영상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받고있다. 기업 입장에선 초강수를 둔 셈이다. 네이버는 “2009년 업계 최초로 허위 매물을 근절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확인)매물검증시스템’ 을 구축했다”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과 창의적 노력을 들인 정보를 다른 업체가 손쉽게 가져간다면 혁신은 사라지고 모든 경쟁자가 무임승차를 기대해 이용자가 불편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국감서 공론화 

이 사건은 2017년 국정감사 때 처음 공론화됐다.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네이버 부동산매물이라고 표시해 올리는 정보를 다른 포털 업체에는 못하게 배타적 계약을 체결해왔는데 이를 지시한 적 있냐”고 물었다. 이 GIO는 “모르고 있었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네이버는 같은 해 11월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네이버의 조치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공정위는 2년여간 해당 내용을 조사했고 최근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핵심 쟁점은 네이버부동산 ‘확인매물정보’의 성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네이버는 해당 정보가 네이버가 주체가 된 ‘혁신의 결과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위매물’이 많던 당시 처음으로 매물검증시스템을 만들었고 공인중개사 반발로 서비스 접속량이 50%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버틴 끝에 이를 정착시켰다는 측면에서다. 관련 특허도 2건이 있다. 네이버는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게 됐다”며 "공정위는 네이버의 합리적 대안 제시와 혁신적 노력을 외면한 채,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부동산에서 서울 강남을 검색한 화면. [사진 네이버 부동산 캡처]

네이버부동산에서 서울 강남을 검색한 화면. [사진 네이버 부동산 캡처]

 
반면 공정위는 '매물정보는 부동산114 같은 정보를 제공한 CP의 것'이라는 입장이다. 즉 수집을 CP가 했고 검증 비용도 CP가 내며 문제가 생겨 소송이 걸려도 CP가 책임지는데 이를 네이버의 지식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확인매물 딱지를 붙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기네 검증시스템을 한번 거치면 이 부동산 매물정보는 다른 경쟁사에 못 준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시중 물량 중 70%가량인데 그 물량을 네이버가 혼자 쓰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공정위 보도자료에 피해자로 등장한 카카오는 말을 아꼈다. 카카오 관계자는 “네이버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아는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는 플랫폼공정거래 질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네이버 "행정소송 검토 중"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정보를 만든 CP와 이를 이용자에게 ‘중개’하는 플랫폼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냐는 어려운 문제”라며 “다만 거대 플랫폼이 만드는 진입장벽을 생각하면 일정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게 엄청난 혁신적 기술을 쓰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 기술과 접목해 잘 사업화하는 게 어려운 건데 이런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08년 이후 수차례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 등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사진 팩플레터]

네이버는 2008년 이후 수차례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 등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사진 팩플레터]

 
업계에선 공정위가 최근 플랫폼 기업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감독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네이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2008년 이후 12년간 수차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동영상에 업체가 협의없이 자체 광고를 못넣게 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 시정조치는 2014년 대법원에서 취소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네이버 쇼핑, 동영상 검색 결과에 네이버페이 이용 사업자 서비스를 우선 노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이어질 공정위의 공세에 네이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번 공정위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박민제·심서현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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