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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클릭했다가, 시장 꽈배기도 산다…온라인선 가까운 대형마트·전통시장

중앙일보 2020.09.06 08:00
쇠퇴하던 전통 시장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라는 신대륙에서 살아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세가 된 ‘비대면’ 트렌드에 여러 플랫폼이 동네 시장을 적극 끌어들이면서다. 오프라인에선 '멀면 멀수록 좋다'던 대형 마트도 온라인에선 전통시장이 가까이 지내야 좋은 사이로 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진행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쇼호스트 '미미언니'가 반찬가게 순수한찬에서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지난 6월 26일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진행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쇼호스트 '미미언니'가 반찬가게 순수한찬에서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6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가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 개편한 이후 입점한 전통시장(네이버에서 명칭은 '동네시장')의 일평균 거래액은 개편 직전 주 대비 5배 늘어났다. 주문건수도 하루 200여건에서 1000여 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시작한 장보기 서비스는 동네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반찬, 꽈배기·찹쌀떡 같은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시간 내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시장, 강북구 수유 재래시장 등 서울과 경기, 경남 지역 총 36곳의 시장이 들어와 있다. 상점수는 400여 개. 
 
네이버는 지난달말 이 서비스를 확대 개편하면서 홈플러스·농협하나로마트·현대백화점 식품관 등을 전통시장과 나란히 편성했다. 오프라인 시장이었다면 동네 시장 수요를 대형마트가 잠식했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선 달랐다. 대형마트가 네이버 장보기에 들어오자마자 동네시장을 단골로 찜한 건수가 일주일 만에 2만7000건을 돌파했다. 일부 지역에선 마트보단 동네 시장 매출이 더 높았다.
 
네이버는 마트·전통시장·백화점 등 칼같이 구분된 오프라인과 달리 경계가 거의 없는 온라인 환경이 이런 결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평송 푸드사업&장보기 리더는 “장보기 서비스를 개편하기 전엔 대형마트랑 동네 시장을 붙여 놓으면 동네 시장이 죽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전혀 달라 놀라웠다”며 “온라인 마트 가려고 네이버에서 장보기 서비스 들어왔다가 옆에 있는 동네시장까지 함께 둘러본 이들이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분야별 인기 품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분야별 인기 품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용자들은 동네 시장과 대형마트에서 전혀 다른 구매패턴을 보였다. 네이버 집계 결과 마트에선 쇠고기가 1위 인기품목이었다. 과일(캠벨포도, 샤인머스켓 등), 쌀 10㎏, 참치캔, 삼겹살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동네 시장에선 모둠 나물, 모둠 반찬, 국·탕, 즉석구이 김, 꽈배기가 상위권에 올랐다. 김평송 리더는 “오프라인 프레임으로 온라인을 보면 안 된다”며 “대형마트는 생필품 장보기 위주로 가고 여기서 해결할 수 없는 반찬, 꽈배기 같은 먹거리는 동네 시장이 해결하는 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부 대형마트가 오프라인에서 보여준 동네시장 상생 모델과도 유사하다. 전통시장 내에 마트를 입점시키면서 시장 상인들이 팔지 않는 물건을 팔는 방식으로 상생하는 구조다. 실제 이마트는 2016년 8월 충남 당진어시장을 시작으로 전통시장에 14곳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입점시켰다. 카페, 고객쉼터 등의 편의시설도 설치해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기존 상인들과 품목이 겹치지 않는 물건을 파는 마트를 입점시켜 동네 시장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충동·교차구매로 이어지게 했던 오프라인 모델을 네이버가 온라인에서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푸드사업&장보기팀은 지난달 20일 마트 장보기와 동네시장 장보기를 합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평송 리더, 김광열ㆍ이영재 매니저. [사진 네이버]

네이버 푸드사업&장보기팀은 지난달 20일 마트 장보기와 동네시장 장보기를 합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평송 리더, 김광열ㆍ이영재 매니저.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또 동네 시장 상인을 온라인에 연착륙시키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했다. ‘우리동네커머스’라는 스타트업과 협업해 이들이 상품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는 일을 대신해준다. 업주는 주문이 접수되면 포장해 시장 내 배송센터까지 가져다 놓으면 할일이 끝난다. 여러 상점 상품이 모두 모이면 우리동네커머스가 이를 포장 후 배송한다. 주문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시간. (시장 반경 1.5㎞ 내 지역 외 광역 배달 시장은 당일 배송) 판매대금은 다음날 업주 계좌에 입금된다. 
네이버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동네커머스에는 동네 시장 업주가 판매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김평송 리더는 “시장을 키우고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 수수료를 받을 계획은 없다"며 “연내 100개 이상 동네시장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네이버 외에도 동네 시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놀장(놀러와요 시장)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위주(wiju)는 지난 3월 동네 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경기도 광명전통시장 등 15개 시장이 입점해 있다. 1.5㎞ 반경 내 지역에 주문 2시간 안에 배송한다. 
천안중앙시장에서 장바요 서비스를 운영중인 쇼핑바스켓의 직원이 배송을 위해 장본 물건을 분류 중이다. [사진 쇼핑바스켓]

천안중앙시장에서 장바요 서비스를 운영중인 쇼핑바스켓의 직원이 배송을 위해 장본 물건을 분류 중이다. [사진 쇼핑바스켓]

 
서울이 아닌 지역 전통시장에 주력하는 서비스도 있다. ‘장바요’ 앱을 운영하는 쇼핑바스켓은 지난 7월 충남 ‘천안중앙시장’에서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 반경 2㎞까지는 2시간 이내 배송, 나머지 지역은 하루 3차례 정기배송시간에 맞춰 물건을 보낸다. 한대섭 쇼핑바스켓 대표는 “천안중앙시장에서만 하루 500건 이상 주문이 접수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며 “이번 달 온양온천시장을 시작으로 대전, 청주 등 지방 전통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동네 시장을 회생시킬 정도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용구 원장은 “소매업체는 혁신과 저가격이라는 무기 없이는 '거대한 중간시장'(빅미들 big middle)에 진입하기 어려운데 플랫폼에 올라탄 동네 시장이 빅미들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 것은 맞다”면서도 “동네 시장이 20~30대 젊은 소비자까지 잡을 수 있는지, 플랫폼 기업이 배달료나 수수료를 어떻게 가져가는지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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