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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불똥튄 美농가···트럼프 향한 '팜벨트' 표심 흔들린다

중앙일보 2020.09.06 05:00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의 농장 파산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 정책을 편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오히려 미국 농가가 피해를 보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관세 때리자 中도 25% 보복관세
우유 가격 폭락하며 美 낙농업에 타격
위스콘신 낙농가 3년간 2000곳 문 닫아
트럼프 지지 기반 흔들...바이든 격차 좁혀

'농부를 다시 위대하게' 라는 구어가 적힌 모자를 든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농부를 다시 위대하게' 라는 구어가 적힌 모자를 든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가 된 미국 낙농업계는 불만이 높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굳건한 지지 기반이던 '팜 벨트(farm belt·농민 지지층)'의 표심이 흔들려 재선 가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한 낙농가에서 사육중인 소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낙농가에서 사육중인 소들. [AP=연합뉴스]

최근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미국 낙농업계에서 파산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물품 340억 달러(약 40조원)어치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막이 올랐다. 이에 맞서 중국도 즉시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수출하는 우유·요구르트·크림·버터·치즈 제품에 중국이 25% 관세를 매긴 것. 2년 넘게 지속한 관세 전쟁에 미국 농가는 휘청였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올해 3월까지 미국 가족농가 627곳이 파산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 늘어난 것이다. 야후 파이낸스는 "미국에 약 200만개의 농장이 있는데 98%가 가족농 형태로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올해 3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이므로 파산 증가의 주요 원인은 미·중 분쟁으로 지목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중국을 공격하려고 했으나 그 화살은 전부 미국 농민이 맞았다는 내용의 만평.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중국을 공격하려고 했으나 그 화살은 전부 미국 농민이 맞았다는 내용의 만평. [트위터]

특히 낙농업자가 많은 미국 위스콘신에서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다. 최근 3년간 위스콘신에서 낙농업장 2000곳 이상이 파산했다. 지난해에만 818개가 문을 닫았다.
 
미·중 분쟁 전만 해도 위스콘신은 중국으로 유제품을 1년에 2억 9250만 달러(약 3475억원)어치 수출했다. 위스콘신 농민에 있어 중국은 캐나다에 이어 2위 수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이 미국 유제품 구매를 50% 줄이면서 미국 우유 가격이 폭락했다. 우유 생산으로 오히려 손해만 나자 낙농업자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삼대째 낙농업을 하는 다린 본 루덴은 "트럼프 정부가 문제를 더 키웠다"면서 "농장을 유지할 만큼의 가격을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위스콘신·아이오와·오하이오 등 미국 6개 주에서 농부 38명과 지역 지도자들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농업 정책 실패를 고발하는 조직을 결성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중국을 공격하려 했으나 오히려 미국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만평.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중국을 공격하려 했으나 오히려 미국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만평. [트위터]

낙농업계 피해가 커지자 원래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던 이른바 팜 벨트(farm belt·농민층)의 '표심'은 싸늘하게 식은 상황이다. 일부 농민들은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물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는 유리한 소식이다. 미국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농촌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폭스뉴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촌 지역 유권자의 40%가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을 지지하고, 49%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여전히 농촌 지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9%포인트 앞서고 있다.   
 
낙농가를 운영하는 한 미국 농민이 땀을 닦고 있다. 그는 원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에는 농촌이 어려워지면서 트럼프 반대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AP=연합뉴스]

낙농가를 운영하는 한 미국 농민이 땀을 닦고 있다. 그는 원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에는 농촌이 어려워지면서 트럼프 반대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2016년 대선을 돌아보면 올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의 텃밭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폴리티코는 "2016년 농촌 지역에서는 트럼프(60%)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34%) 전 국무장관을 26%포인트 앞섰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한 농가에서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라는 팻말을 꽂아 놨다. 원래 이 농가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 대신 트럼프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AFP=연합뉴스]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한 농가에서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라는 팻말을 꽂아 놨다. 원래 이 농가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 대신 트럼프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AF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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