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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확진자, 구상권과 손해배상 중 어느게 더 아플까

중앙일보 2020.09.05 16: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큰 곳을 방문한 사실을 숨기고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거짓말로 동선을 숨겨 방역망에 구멍을 냈다면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구상권과 손해배상 중 어떤 법적 조치를 해야 할까. 광주광역시가 이 고민을 하고 있다.

광주시, 거짓말로 인한 검사·치료비 청구
구상권은 '확진자가 할 일 대신했다' 뜻
손해배상은 행정이 본 피해액 책임 묻기

 

광주시 “구상권과 손해배상 중 선택”

광화문 집회 참석한 사실을 숨겼던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 확진자 일가족들이 방문했던 광산구의 한 교회에 5일 시설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화문 집회 참석한 사실을 숨겼던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 확진자 일가족들이 방문했던 광산구의 한 교회에 5일 시설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박향 광주광역시 복지건강국장은 5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동선을 거짓으로 밝힌 확진자들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지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변호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을 부인하거나 숨기고 10여 일 동안 일상생활을 한 광주 363·369·370·371·373번 일가족의 사례 등을 놓고 밝힌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거짓말로 동선을 숨겨 지자체와 방역당국이 빠른 대처를 못 하게 되면 n차 감염이 급격히 증가한다. 검사와 치료비용뿐만 아니라 수많은 접촉자가 자가격리로 생계에 위협을 받게 돼 예산으로 지원금도 지급해야 한다. 행정력 낭비는 덤이다.
 
구상권과 손해배상은 거짓말로 발생한 비용을 원인 제공자에게 받아낸다는 결과는 같지만, 갖는 의미가 다르다. 박향 복지건강국장은 “구상권이라는 것은 의무가 없는 사람(지자체)이 3자(거짓말을 한 확진자)의 채무(검사비용 등)를 먼저 갚아주는 것”이라며 “손해배상은 지자체가 안 해도 될 코로나19 검사나 치료를 거짓말 때문에 하게 돼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60번 확진자도 손해배상

지난 7월 30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30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광주시는 ‘송파구 60번 확진자’에게 2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이 확진자는 지난 7월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3일 동안 광주의 친척 집 방문 사실을 숨겨 12명이 확진되고 수백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후폭풍을 불렀다.
 
송파구 60번 확진자에 대해 청구된 2억2000만원이 구상권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광주시는 “손해배상”이라고 못을 박았다. 구상권 청구는 광주시가 본 피해를 복원하라는 손해배상과 달리 거짓말한 확진자들이 해야 할 방역 조치를 대신해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향 복지건강국장은 “구상권과 손해배상 중 어떤 방식으로 정할지는 광주시 자문 변호사와 논의 중이지만, 손해배상 쪽이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 확진자들 정밀 역학조사 뒤 고발

 
광주시는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3건의 사례에 대해 고발을 준비 중이다. 광주 284번 확진자는 광화문 집회 참석 뒤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본 사실을 숨겼고, 이 교회에서 총 4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광주 236~238번 확진자 가족은 광화문 집회 참석 사실을 숨기고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해 고발 대상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집회 참석 사실을 숨기고 도매센터와 광주 광산구와 남구의 교회를 찾은 광주 363·369·370·371·373번도 고발 대상이다.
 
광주시는 이들에 대해 “심층 역학조사까지 마치고 고발하겠다”고 했다. 고발대상에 오른 확진자들이 행정당국과 지역경제에 끼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따져본 뒤 손해배상 혹은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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