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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 전평시 언제라도 투입…전시엔 ’기동로 개척’, 평시엔 ’재난 극복’

중앙일보 2020.09.05 12:00
지난달 12일 강원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양지교에서 육군 3군단 공병여단 장병들이 내려앉은 다리 위로 간편조립교를 건설하고 있다.   양지교는 집중호우에 내려앉아 건너편 마을 주민들이 고립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강원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양지교에서 육군 3군단 공병여단 장병들이 내려앉은 다리 위로 간편조립교를 건설하고 있다. 양지교는 집중호우에 내려앉아 건너편 마을 주민들이 고립됐다. [연합뉴스]

 
올해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도로와 다리가 끊기는 피해가 여기적서 일어났다. 이런 자연재해 상황이 벌어지면 피해 지역 복구에 우리 군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그런데, 피해 복구에 동원한 장비 중에는 군만 가진 것도 있다. 바로 전술교량이다.  

 
전술교량은 군의 공병이 담당한다. 공병은 “시작과 끝은 우리가!”라는 모토를 가지고 전시에 아군의 기동을 촉진하고 적의 기동을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전술교량은 아군의 기동을 보장하는 장비로 매우 중요한 장비로, 유사시 군사적 목적으로 임시로 설치된다. 재해 복구에 동원된 전술교량도 어느 정도 복구가 이루어지면 다시 작전 대비 자산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량을 전쟁에 사용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현대적인 전술교량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기술자 베일리가 모듈화 철골 구조물을 조립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것을 베일리 브릿지라 부르고, 미국이 면허 생산하여 M2 베일리 브릿지라고 불렀다. 우리 군은 M2를 도입하여 장간 조립교로 부른다. 장간 조립교를 경량화한 것으로 MGB가 있으며, 우리 군에서는 간편 조립교로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중 라인강 인근에서 베일리 조립교를 가설중인 미 육군 공병대 [warhistoryonline.com]

제2차 세계대전중 라인강 인근에서 베일리 조립교를 가설중인 미 육군 공병대 [warhistoryonline.com]

 
장간 조립교와 간편 조립교는 현장까지 자재 이동은 차량을 사용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설과 해체에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 교량 구조물을 만들 작업 공간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전쟁터에서는 적에게 노출될 위험도 높아 신속하고 빠른 작전이 필수적인 현대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과 인력이 충분한 후방의 보급선 유지용 교량으로는 유용하다.
 

기계화된 전술교량이 대세

 
외국의 여러 나라는 차량에 탑재되어 움직이고, 가설도 각 모듈 조립 정도만 사람이 수행하고 나머지는 기계를 사용하는 기계식 전술교량을 운용하고 있다.
 
다리를 이용하여 중간을 지지할 수 있는 러시아의 TMM 3 전술교량 [reddit.com]

다리를 이용하여 중간을 지지할 수 있는 러시아의 TMM 3 전술교량 [reddit.com]

 
러시아, 중국, 일본은 교량을 기둥이 받치는 방식의 전술교량을 개발했고, 영국과 독일은 철골 빔을 건너편까지 연결하고, 교량 상판을 이어 붙이는 방식의 전술교량을 개발했다. 기둥으로 받치는 형식은 극복할 간격의 깊이에 제약을 받지만, 빔 방식은 너비에 제약을 받는다.
 
서방 국가들은 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데, 영국 육군이 2003년부터 도입한 DSB라는 전술교량은 8명이 49m 교량을 90분 이내에 가설할 수 있으며, 독일 육군이 1994년부터 도입한 EFB라는 전술교량은 6명이 46m 교량을 한 시간 만에 가설할 수 있다.
 
우리 군도 2000년대 초반 빔 방식의 기계식 전술교량을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교량 길이를 세계 최고 수준인 60m로 설정하는 등 과도한 요구 조건으로 인해 개발에 실패했다. 군은 여러 의견을 들은 뒤 요구 조건을 수정하여 국내에서 개발하기로 하고 다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육군이 운용하는 스왈로드빔 방식의 EFB 전술교량 [ armedconflicts.com]

독일 육군이 운용하는 스왈로드빔 방식의 EFB 전술교량 [ armedconflicts.com]

 

일반 정부도 피해 복구 대비 확보 필요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 병력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군 병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을 줄일 수 있는 기계화와 자동화는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업체가 개발 중인 기계식 전술교량은 많은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공병에게 필요하다. 국방부는 K9 자주포 자동화 등 화력 장비의 인력 소요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나머지 지원 분야에서도 자동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도 국산 기계식 전술교량을 도입해서 도로 및 교량 복구용으로 운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전술교량은 군만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니기에, 겨울철 제설 차량과 같은 개념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보유해서 운용할 수 있다.
 
육군 3군단 교량대대 장병들이 간편 조립교를 구축하고 있다. [육군 제공]

육군 3군단 교량대대 장병들이 간편 조립교를 구축하고 있다. [육군 제공]

 
현재 정부는 공무원을 대거 채용하여 큰 정부를 만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람만 많은 정부가 아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정부다. 재난에서 군의 지원은 필요하지만,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다면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경우에는 정부 내부의 역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술 교량을 재해 극복용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외국에 대한 지원 외교에도 그리고 해외 판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줄어드는 군 병력에 줄 악영향을 줄이고, 정부의 역량도 높일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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