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가족 동의 없는 법정 상속등기, 세금폭탄 부른다

중앙일보 2020.09.05 07:00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69)

Q 조씨는 얼마 전 상속세 세무조사를 통해 수 억원의 상속세를 추징당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장남인 조씨가 서두른 덕에 그래도 기한 내에 간신히 상속등기도 마쳤고, 상속세 신고까지 다 마무리했는데 도대체 왜 거액의 상속세가 추징된 것일까?

A 상속인끼리 상속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재산 배분에 대해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보니 결국 상속절차가 늦어지거나 원만치 못하게 되고, 그 결과 세무상 불이익으로까지 확대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곤 한다. 특히 조씨의 경우 형제 간 다툼 때문에 어머니의 상속지분도 결정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배우자 상속공제에 문제가 되는 바람에 거액의 상속세가 추징된 것이다. 
 

상속세 줄이려면 ‘배우자 상속공제’ 활용해야

'배우자의 법정지분'이란 법에서 정한 배우자의 상속지분으로, 자녀의 상속지분보다 1.5배 많다. 상속인으로 어머니와 조씨, 그리고 다른 형제 2명이 있을 경우 어머니의 법정지분은 약 33%가 된다. [사진 pixabay]

'배우자의 법정지분'이란 법에서 정한 배우자의 상속지분으로, 자녀의 상속지분보다 1.5배 많다. 상속인으로 어머니와 조씨, 그리고 다른 형제 2명이 있을 경우 어머니의 법정지분은 약 33%가 된다. [사진 pixabay]

 
조씨의 경우 문제가 된 배우자 상속공제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어머니가 상속받는 금액은 ‘배우자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 전체를 다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법정지분과 30억원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다.
 
‘배우자의 법정지분’이라는 건 뭘까? 법에서 정한 배우자의 상속지분을 말하는 것인데, 배우자의 법정지분은 자녀의 상속지분보다 1.5배가 많다. 따라서 상속인으로 어머니와 조씨, 그리고 다른 형제 2명이 있을 경우 어머니의 법정지분은 약 33%가 된다.
 
아버지의 상속재산이 30억원인 경우 배우자 상속공제는 법정지분인 약 10억원이다. 단, 실제로 어머니가 10억원을 상속받아야만 배우자 상속공제가 가능하다. 만일 어머니가 법정지분보다 작은 8억원을 상속받는다면 배우자 상속공제로 8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법정지분을 넘어선 12억원을 상속받더라도 배우자 상속공제로 10억원만 공제된다. 그럼 어머니가 자녀들을 배려해 아예 상속을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세법에서는 배우자가 5억원 미만을 상속받거나 심지어 재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5억원을 배우자 상속공제로 공제해 주고 있다.
 
만일 조씨 가족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면 가급적 배우자 상속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즉, 최소한 배우자 법정지분 만큼은 어머니가 상속을 받도록 해 상속공제를 최대한 받는 것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상속 등기 원인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져

등기원인이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 아닌 ‘상속’인 경우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상속인이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등기원인이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 아닌 ‘상속’인 경우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상속인이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문제는 조씨 형제들 간의 다툼 때문에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너무 달라 모이기만 하면 다툼이 생기기 일쑤였다. 결국 서로에게 너무 상처를 받아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다가 상속세 신고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장남인 조씨가 나서서 상속등기와 상속세 신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된 걸까?
 
상속등기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상속인 전원의 동의하에 분할협의를 거쳐 그 협의대로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다. 협의 결과로 상속재산 협의분할계약서가 작성, 제출되고 등기부에는 등기원인이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으로 기재된다.
 
두 번째는 분할협의 없이 법정지분대로 등기하는 경우다. 보통 상속인 중 일부가 연락이 안 되거나 상속인 간 분쟁으로 인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일단 자신의 법정지분이라도 등기부에 기재해 상속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속등기는 다른 상속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상속인 1인만의 신청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때 등기부에는 등기원인이 그냥 ‘상속’으로만 기재된다. 조씨의 경우 동생들과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세 신고 기한이 다가오니 일단 조씨 혼자 이러한 상속등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등기원인이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 아닌 ‘상속’인 경우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상속인이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상속지분이 변경돼 등기되는 것이 세 번째 유형이다. 따라서 ‘상속’을 등기원인으로 하는 등기는 추후 제기된 분할심판에 의해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일종의 임시 등기에 불과한 것이다.
 
조씨 가족들에게 거액의 상속세가 추징된 이유는 바로 조씨가 협의분할을 거치지 않고 법정 상속등기를 했기 때문이다. 등기 원인이 ‘상속’으로만 기재된 경우 세부담 면에서 크게 불리해진다는 것을 당시 조씨는 미처 몰랐었다.
 

협의분할 없으면 배우자 상속공제에서 큰 손해

사연 속 조씨는 상속등기를 할 때 ‘협의분할’에 의하지 않고 혼자 일방적인 신청에 의해 ‘상속’을 원인으로 등기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이 경우 최소기준인 5억원만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 pixabay]

사연 속 조씨는 상속등기를 할 때 ‘협의분할’에 의하지 않고 혼자 일방적인 신청에 의해 ‘상속’을 원인으로 등기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이 경우 최소기준인 5억원만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 pixabay]

 
앞서 설명한 대로 조씨 가족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면 배우자 상속공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머니가 상속재산 중 법정지분인 10억원을 실제로 상속을 받아야 배우자 상속공제로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기간(상속세 신고기한(상속일의 월말로부터 6개월 내) 경과 후 6개월) 내에 반드시 상속 분할 등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조씨가 상속등기를 할 때 ‘협의분할’에 의하지 않고 혼자 일방적인 신청에 의해 ‘상속’을 원인으로 등기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이 경우 일종의 임시 상속등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속재산 분할기한 내에 확실하게 배우자가 10억원을 상속받은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배우자 상속공제로 10억원이 적용되지 않고, 최소기준인 5억원만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당초 조씨가 신고한 것에 비해 최소 2억원이 넘는 상속세가 추징되는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럼 상속 분쟁 등으로 도무지 협의분할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우선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기간 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부득이한 사유를 신고해 승인을 받아 두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사유가 종료된 다음 날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 상속재산을 분할한 뒤 그 내용을 세무서에 신고해야만 조씨와 같은 배우자 상속공제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기간은 상속세 신고기한(상속일의 월말로부터 6개월 내) 경과 후 6개월까지인데 이번 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9개월까지로 총 3개월이 더 연장될 예정이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최용준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3본부 대표세무사 필진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 재산을 불리기 위해선 돈을 이리저리 굴려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시대라 재테크가 잘 듣지 않는다. 돈을 굴리다 오히려 재산을 까먹기 일쑤다. 그렇다고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을 수 없는 일.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올라가게 돼 있다. 세금을 절약하는 절세는 재테크 보릿고개에 실질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물론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징세를 강화하는 바람에 절세의 여지가 자꾸 좁아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더욱더 필요해지는 절세의 기술이다. 돈 많은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있는 재산을 지키려면 보유해야 할 무기다. 국내 최고의 세무전문가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절세의 기술을 전수한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