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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공공의료, 칼 못 대고 일단 봉합

중앙선데이 2020.09.05 00:43 702호 1면 지면보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셋째)이 4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간 의·정 합의문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던 서울 퇴계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앞에서 전공의들에 가로막혀 있다. 박 장관과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전공의들을 피해 장소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합의문에 서명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셋째)이 4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간 의·정 합의문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던 서울 퇴계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앞에서 전공의들에 가로막혀 있다. 박 장관과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전공의들을 피해 장소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합의문에 서명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퍼지는 상황에서 집단휴진 사태까지 불어왔던 정부와 의사들의 대립이 일단 봉합됐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 등을 중단하는 대신 의협도 오는 7일로 예정됐던 집단행동(파업)을 취소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사 수 확대, 공공의대 중단 합의
전공의 반발 속 의사협 파업 철회

지역 간 격차 해소엔 모두 동의
사회적 합의, 재원 확보가 숙제

그러나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전임의로 구성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정 합의 과정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회와 원점 재논의 명문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온 무기한 집단 휴진(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는 시기와 방법, 추후 대응 등을 논의해 오는 7일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의협은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다. 복지부와의 합의문에 지역 수가 등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등을 협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도 이들을 의식한 결과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고발당한 전공의와 시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두고 ‘철회’ 두 글자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며 “선배들을 믿고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수련의들의 반발을 넘어선다 해도 코로나 이후 의협과 정부의 협상도 순탄하게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의정 양측이 공감한다. 문제는 ‘어떻게’라는 부분이다. 정부는 “현재 10만 명인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려면 6만 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3.5명)보다 적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격차가 커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할 공공의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낮은 의료수가와 열악한 지방 근무환경의 문제로 본다.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일년에 몇차례 심장수술을 하려고 지방 병원에서 심장, 마취 분야 전문의 3~4명으로 이뤄진 수술팀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겨우 한두명의 외과의사가 야간이나 주말 할 것 없이 응급실로 불려나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를 뽑아도 5~6년의 수련기간과 군 복무, 출산휴가 등을 제외하면 겨우 1~2년 지방 병원에서 일한 뒤 대도시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면 결국 정부가 예산을 늘려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로 미국(17%), 독일(11.7%), 일본(11.1%)보다 낮다. 일본 수준까지만 의료비 지출을 늘리려면 올해 예산의 12%인 60조원이 추가로 든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뿐만 아니라 의료 수요자와 납세자들도 함께 참여해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폭증할 의료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료비는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우·이태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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