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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공포 속 기술주 차익실현” vs “재상승 위한 숨 고르기”

중앙선데이 2020.09.05 00:34 702호 6면 지면보기

국내외 증시 어디로

미국 증시 급락 영향으로 코스피가 하락한 4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1.15% 내렸다. [연합뉴스]

미국 증시 급락 영향으로 코스피가 하락한 4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1.15% 내렸다. [연합뉴스]

지나가는 조정일까 위기의 시작일까. 4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대량 매도에 나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초반 2% 넘게 떨어졌던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27.65포인트(1.15%) 내린 2,368.25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7813억원, 외국인이 470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와 달리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는 1조286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냈다.
 

다우·나스닥 이어 코스피도 하락
특별한 악재 없이 일시 조정 양상
뉴딜펀드 기대하지만 변동성 커
경기방어주 등 분산투자 바람직

이날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8.09포인트(0.93%) 내린 866.04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2.76포인트(-3.75%) 내린 841.37로 개장해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낙폭은 점차 줄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248억원, 94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228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낙폭을 만회하며 장을 마쳤지만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7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3.51%), 나스닥 지수(-4.96%)가 6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증시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26.26%포인트 급등하며 33.60으로 올랐다. 지난 6월 26일 이후 최고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날 발표된 미국의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는 88만건으로 팬더믹 이후 최저치였다. 시장 예상치(95만건)보다도 괜찮았다. 지표가 나쁘지 않은데 지수가 추락한 건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끈 대형 기술주들이 급락해서다.
 
테슬라와 애플 주가는 각각 9%, 8% 떨어졌다. 테슬라는 1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후 3일 연속 하락세다. 애플도 CEO인 팀 쿡이 3억 달러 가까운 주식을 팔았단 소식이 알려진 후 기세가 꺾였다. 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도 5% 넘게 빠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됐던 테슬라와 애플의 주요 주주와 내부자의 주식 매도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봤다. 이런 ‘버블 공포’ 심리는 연초부터 급등한 제약·바이오·산업재 등으로도 번졌다.
 
핑계가 될 뚜렷한 악재는 없었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급락의 요인으로 설명 가능한 배경 요인의 급변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심리 측면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이어지며 매도 압력이 커진 단기 이벤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주초부터 과열 조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미국판 ‘동학개미’들이 주로 사용하는 증권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의 주식·옵션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고, TD아메리트레이드·뱅가드·찰스 슈왑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도 느려졌다. 애플과 테슬라가 주식분할을 한 날이었다. 플랫폼이 터질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늘어난 거란 해석이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회사 플랫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조정을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모멘텀 장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하락을 ‘또 다른 상승을 위한 건강한 숨 고르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경제지표가 최악을 지났다는 점, 대선 전 백신이 나올 거란 희망감, 의회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는데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란 분석이다. 반대편에선 이날 상황을 위기의 전조증상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빚으로 빚은 금융시장 호황 뒤에 금융위기가 온다’는 이론을 폈었는데, 그가 말한 ‘민스키 모멘트’가 온 게 아니냐는 거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을 새로운 범위 이탈로 보긴 어렵지만, 기술주 쏠림 현상이 계속될 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지금은 분산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조 연구원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알파벳)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경기방어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일혁 연구원도 “기술주를 추가 매수하기보다 친환경 관련주 비중을 늘리고, 대선과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해 경기방어주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서비스업(1729억원), 전기·전자(1529억원), 화학(1314억원) 관련 주식을 많이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반도체(-2.4%)·화학(-2.1%)·제약(-1.8%) 쪽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끈 종목들에서 조정이 온 모양새가 미국과 비슷하다. 서상영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도 상승폭이 컸던 종목에 대한 차익 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일 정부가 세부 내용을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가 새로운 희망이 될까. 서 연구원은 “그동안 주식시장과 다른 금융시장·경제지표와의 차이가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뉴딜펀드 영향으로 내년에는 관련 종목군의 강세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은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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