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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없어도 개업해 ‘먹튀’ 많아…공인탐정 도입 목소리도

중앙선데이 2020.09.05 00:27 702호 8면 지면보기

50년 만에 허용된 탐정

그래픽=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탐정업은 최근 10년 동안 물밑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민간조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인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에 따르면 2009년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169명이었지만 지난해 자격증 취득자는 543명으로 31% 넘게 증가했다.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 관계자는 자격증 발급을 시작한 200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취득자가 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자격증 취득 10년 새 31% 늘어
경찰은 찬성, 변호사들은 반대
관리 감독 주체 놓고도 마찰음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많지만 관리는 허술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민간 조사 자격증 발급 기관으로 등록된 곳은 총 27곳이다. 하지만 실제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은 4곳뿐이다. 자격 시험문제 역시 제각기 다르다. 더 큰 문제는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사업자 등록증만 발급하면 누구나 탐정 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량 업체 진입이 가능하다 보니 의뢰인의 돈만 챙기고 사건 해결을 하지 않는 ‘먹튀’도 적지 않다.  
 
최근 10년간 탐정 (민간조사사) 현황

최근 10년간 탐정 (민간조사사) 현황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사실 조사를 지원하는 공인탐정 제도 도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공인탐정제는 변호사, 공인회계사처럼 국가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공인하고 인정해주는 제도다.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입법 공백 때문에 탐정이란 명칭만 허용됐을 뿐 부작용도 염려된다”며 “21대 국회에서만큼은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정업계 측은 기존 성행하던 불법 심부름센터나 흥신소와는 다르다며 분명히 선을 긋는다. 업계에 따르면 탐정사는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데이터를 활용한다. 법원, 국세청 자료 검색이 대표적이다. 영화 장면처럼 사람을 미행하기 위해 위치추적기(GPS)를 상대방 차량에 설치하거나 차 안에서 사진, 동영상을 촬영하지도 않는다. 모두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소위 돈만 주면 불법도 마다치 않는 심부름센터와 달리 개별법과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업무 처리와 의뢰자 신원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노력과는 별개로 관련법이 없다 보니 불법 정보 수집 등에 대한 제재도 개별법에 따라서만 이뤄질 뿐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리거나 잠복하는 것을 제재하기는 어렵지만 스토킹, 사생활 침해 등으로 신고당할 여지가 크다. 탐정사가 함부로 우편물을 뜯어보면 비밀침해죄에 해당하지만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우편물, 택배 송장을 열어보는 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탐정 (민간조사사) 현황

최근 10년간 탐정 (민간조사사) 현황

변호사업계는 탐정업의 법제화에 부정적 입장이다. 특히 사생활 침해와 전직 검·경 수사관에 대한 예우를 우려한다. 2016년 11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공인 탐정일지라도 조사 방식이 사설 심부름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고, 경찰 공무원이 수행해야 할 직무나 변호사 활동에 속하는 사항이 공인탐정과 충돌될 가능성이 높아 직업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경찰 측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불법 민간조사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인탐정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관계자는 “공인탐정제 도입으로 파생되는 직업군과 일자리 수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수십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전국의 2000여개 안팎 불법 흥신소를 근절하기 위해선 결국 정부가 나서서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인탐정제도입 시 이를 관리 감독할 주체 문제도 논란거리다. 법무부는 사생활 침해 등 국민 인권문제와 맞닿아 요소가 많고 수사당국과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서 법무부가 주무부처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경찰청은 수사업무가 아닌 사실 조사를 대리 수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법작용에 해당하지 않아 법무부가 나설이 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민간조사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민간조사협회 측은 민간조사업무의 전문성을 감안해 정부가 아닌 민간이 인력 수급 및 자격증 부여와 각종 교육 과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공인탐정제 대신 보편적 관리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은 “지금처럼 탐정업을 신고 또는 등록제로 유지해야만 인력 수급과 관련 창업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탐정업에 대한 규정과 관리체계를 지금보다 엄격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윤·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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