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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 내쫓는 크로니즘(cronyism)…정실인사, 조선 당쟁처럼 만연

중앙선데이 2020.09.05 00:21 702호 27면 지면보기

콩글리시 인문학

콩글리시 인문학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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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세력과 진보세력의 갈등으로 조선사회는 4대 사화(士禍)의 피바람을 겪었다. 왜구는 한반도 침탈의 기회를 노리는데, 동인과 서인은 이조전랑(吏曹銓郞) 자리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사색 당쟁 붕당정치의 서막이 오른다. 조선조 정치는 당쟁의 역사다. 줄을 잘 서면 출세와 승진이 보장되고, 우두머리를 잘못 만나면 사약을 받거나 귀양 길에 오른다.
 
연산군 때 당쟁은 싹트기 시작했으나 선조 초기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당시 실세였던 김효원과 심의겸이 대립하면서 당쟁이 본격화했다. 지배계급인 사림파들은 처음 동인과 서인으로 분열된다. 이조전랑이란 조선시대 6조(曹) 중 하나인 이조의 관직으로 정랑(정5품)과 좌랑(정6품)을 합쳐 부르는 이름인데, 직급은 낮으나 인사권을 쥐고 있어 누구나 탐내는 자리였다. 당쟁은 당파 간 극한 대립으로 국력을 약화하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렸으며 상호 협력과 존중의 정신을 말살시켰다.
 
당쟁의 핵심은 민생을 외면하고 예학(禮學)의 힘을 빌려서 정적을 내쫓는데 주안점이 있었다. 조선의 통치 이념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는데 세자를 누구로 삼느냐는 문제, 왕비가 죽으면 상복을 얼마 동안 입느냐를 놓고 끝없이 대립하였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동정적인 파당은 시파요, 정략의 목적으로 세자에 대한 허위 보고를 올리고 이를 옹호한 세력은 벽파였다.
 
송시열도 자기편 사람은 무조건 옹호하였다. 당쟁은 농장과 서원을 기반으로 학맥을 따라 뭉친 패거리 집단으로 대를 이어 절치부심 권력 투쟁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법무부 중간 간부 인사가 있었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 카드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검사 육탄전을 연출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쇼까지 벌였던 정 아무개 검사는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문 대통령을 “달님”으로 부르고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한 진 모 검사도 승진했다. 친여 성향의 검사들은 요직을 꿰찬 반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수사하거나 비판한 검사들은 좌천됐다. 조선시대 당쟁과 다를 바 없는 Code 인사(콩글리시)다. 권력에 칼 겨누면 날아가고 정권에 충성하면 보상받는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성무 교수가 쓴 『단숨에 읽는 당쟁사 이야기』 서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2013년 문재인 의원 덕에 이 책이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대선에 패한 그가 부산에 칩거하는 동안 조선 당쟁사를 읽었다는 것이 여러 신문에 기사화되었기 때문에 재판을 찍고 방송 등에 불려 나가게 되었다.” 대통령이 당쟁사를 탐독했다면 당연히 탕평인사와 여야협치에 힘써야 할 터인데, 반대파를 내쫓는 크로니즘(cronyism - the improper appointment of friends and associates to positions of authority) 곧 정실인사가 만연하고 있다.
 
“서인이 이를 갈고, 남인이 원망을 품고 소북이 비웃는 상황에서 반정(反正)이 일어났다.”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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