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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법화 길 열린 전교조, 새롭게 태어나야

중앙선데이 2020.09.05 00:21 702호 30면 지면보기
대법원 판결(3일)에 이은 정부의 법외노조 취소 결정(4일)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적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2013년 10월 법외노조로 전환된 지 7년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직 교사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규정한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법외노조 처분을 내렸다. 당시 전교조에는 교육감선거 불법 개입과 국가보안법 등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해직교사 9명이 노조원으로 있었다.
 

헌법·법률 중립성 위반, 정치화 논란 속
한때 10만 명이던 조합원 반 토막 쇠퇴
투쟁보다 교육 본연 임무에 충실해야

이에 반발한 전교조는 집행정지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동시 제기했다. 일반 노조와 달리 해직자의 가입을 제한한 교원노조법에 대해 위헌 소송도 냈다. 그러나 1심(2014년)과 2심(2016년) 모두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도 8대 1로 교원노조법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2015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대로 노조 스스로 조합원 자격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이긴 하다. 그 때문에 교원노조법의 조합원 자격 제한 조항은 언젠가 개정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진 인식을 법률에 적용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법률이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을 곧바로 반영하긴 어렵다. 선진국의 제도라고 무조건 도입할 수도 없으며, 법률로 정하기까지는 구성원들 간의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을 준수하되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 동의를 얻어 정당한 입법 과정을 통해 보완하는 게 순리다. 이는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1심 직후 “사법부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는 식으로 사법 권위를 훼손했다. 또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수차례 불법 연가투쟁을 벌이고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 온갖 ‘떼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법원의 결정과 사회질서를 무시하며 법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4년 7월엔 전교조 소속 교사 1만여명이 ‘대통령 퇴진’ 교사선언을 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활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교사 개인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7조)과 교원(31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다. 노조는 “교원 노동조합은 어떤 정치활동도 해선 안 된다”는 교원노조법 3조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대법원 판단으로 전교조가 합법적이 된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률도 바뀔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ILO의 권고처럼 노조 스스로 조합원 자격을 정할 수 있도록 민주적 절차에 따라 법률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합법화의 길이 열린 전교조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1999년 처음 전교조가 합법노조로 인정됐을 때 교육계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기대와 환영의 목소리도 컸다. 촌지거부와 체벌금지 같은 혁신운동은 불합리한 관행을 철폐하고 투명한 학교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런 기대로 2003년 전교조 조합원 수는 9만400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대화보다 투쟁을 앞세우고, 교육운동보다 정치 이슈에 골몰하면서 내부에서조차 등돌리기 시작했다. 현재 조합원 수는 전성기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특히 20·30대와 40·50대 비율이 3대 7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젊은 교사들의 혁신’이란 이미지는 옛말이 됐다.
 
전교조가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은 다시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 하는 것이다. 정치 활동을 지양하고 학생과 젊은 교사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 14명의 진보 교육감 중 10명이 전교조 출신일 만큼 학교 현장에선 이미 기득권이 된지 오래다. 과거처럼 편 가르기와 투쟁의 방식으로는 자신들의 핵심철학인 ‘참교육’을 실현하기 어렵다. 그 동안 보수 정권과 사법부 등을 향해 겨눴던 비판의 칼날을 이젠 내부로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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