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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비율 적정성 조작” vs “증거 하나도 없다”

중앙선데이 2020.09.05 00:20 702호 11면 지면보기
삼성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가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장에 “삼성물산 합병 태스크포스(TF)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합병비율의 적정성 평가 용역을 의뢰하면서 검토 결과를 조작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 1일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용 공소장 들여다보니
검 “삼성 TF, 결론에 맞춰 평가 개입”
삼성 “법이 정한대로 결정 됐다”
‘프로젝트G’ 문건 싸고도 엇갈려

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부회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합병 TF는 2015년 5월 딜로이트안진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적정성 평가 용역을 의뢰했다. 검찰은 “합병비율이 적정하다는 결론에 맞춘 보고서를 받기 위해 합병 TF 등이 평가 작업에 개입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합병비율 산정의 합법성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 기소는 ‘합병비율부터 불법’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합병비율은 법이 정한 대로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대 0.35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 1수준으로 평가됐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이 합병 TF의 주문대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저평가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는 딜로이트안진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지 않았고 ▶실체가 없는 신수종 사업은 약 3조원으로 평가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1조3000억원 상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비영업용 자산에서 제외하고 ▶약 1조원으로 계상된 광업권을 영업가치에서 누락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합병비율이 조작됐다’고 주장하지는 못하고,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가 조작됐다’고만 한다”며 “이는 합병비율은 법에 따라 한 달간의 주식 가격으로 결정하는데, 그 기간 조작했다고 볼 증거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삼성 승계 계획이 담긴 ‘프로젝트G’와 관련해서 “김종중(64·불구속기소) 옛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2013년 1~2월경 이 승계계획안을 보고받은 뒤 최지성(69·불구속기소)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 부회장,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 측은 “해당 문건은 정부 규제를 준수하고,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법적 문서”라고 해명했다.
 
공소장은 총 151페이지이며, 공소사실 목차만 10페이지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해서 과거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승계 과정까지 언급했다. 검찰은 삼성이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산출하고 투자자·언론사·의결권 자문사 등에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거짓, 은폐, 조작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일반적인 기업 활동 모두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행위로 봤다”며 “합병비율 조작이 없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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