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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먹색, 육십 넘어서야 조금 알게 됐다”

중앙선데이 2020.09.05 00:20 702호 19면 지면보기
“먹 색깔은 육십이 돼서야 겨우 조금 알게 됐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명도에서 채도까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겨야 비로소 먹을 다룰 수 있다.”
 

목정 방의걸 선생 한국화전
정갈한 붓질로 그려낸 풍경과 동물
조용하면서 역동적 자연의 미 구현

전남대 미술과 교수를 지낸 목정(木丁) 방의걸(86) 선생이 보여주는 한국화는 담백하고 정갈하다. 요란한 붓질이 아니어도, 수줍으면서 거친 자연을 모두 다 담아낸다.
 
1 ‘동심’, 57x25㎝. 2 ‘여명 Ⅱ’, 137x48㎝, 모두 한지에 수묵담채.

1 ‘동심’, 57x25㎝. 2 ‘여명 Ⅱ’, 137x48㎝, 모두 한지에 수묵담채.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고요한 소리’(1일~7일)는 그의 화업 60년을 한눈에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홍익대 회화과에서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을 사사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폭을 메워온 그의 작품에 대해 정금희 전남대 교수는 “실재 풍경이로되 심상으로 건져 올린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우리 산하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또한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 자연계를 창조했다”며 “먹의 농담을 달리한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여 수묵의 미묘한 울림을 강조하고 옅은 담채의 정취가 잘 살아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한껏 정결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쉬어가기, 사색하기 그리고 다시걷기’라는 부제처럼,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여백이 생긴다. 전시를 기획한 하지은 아트디렉터가 “사람들은 그릇을 가득 채우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만, 사실 그릇은 비어 있을 때야말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잠재력과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라고 말한, 그 비움이다.
 
심산유곡의 장대함을 그려낸 ‘여명’이나 빗줄기 소리가 들리는 듯한 ‘여름이야기’, 물고기떼의 꿈틀거림이 생생한 ‘삶 Ⅰ’과 ‘유희’, 동네 강아지 들의 표정이 정겨운 ‘동심’ 등은 코로나에 갇힌 우리들에게 신선한 산소같은 청량감을 준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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