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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들 미 위협”…트럼프, 인종 갈라치기 전략 먹히고 있다

중앙선데이 2020.09.05 00:02 702호 10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 대선 지지율 격차 축소

지난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격이 심상찮다. ‘법질서 수호’ 프레임을 내세우며 안전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그의 외침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트럼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비난
백인 불안감 자극, 부동층 회유
‘법질서 수호’ 프레임으로 맹추격

바이든도 불법 행위 부분은 경고
변수인 흑인 투표율 올리기 고심
28일 시작 3차례 TV토론 분수령

미 정치 전문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49.6%로 트럼프 대통령(42.4%)보다 7.2%포인트 앞서고 있다. 한 달 전엔 7.4%포인트, 두 달 전엔 8.8%포인트 차이였다. 갈수록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vs 바이든 지지율 추이

트럼프 vs 바이든 지지율 추이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가 새로 내놓은 선거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경기 부양 등에 대해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 더 이상 재선에 도움될 소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1월 3일 대선 투표 전까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와 경제 이슈는 자신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대신 ‘법과 질서’를 강조하고 나섰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포착해 선거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백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경합주를 중심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을 맞아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는 포틀랜드 시위를 언급하며 “우리는 법 지배를 수호하고 모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도들이 우리의 자유를 짓밟는 걸 보기 위해 참전용사들이 해외에서 파시즘과 압제에 대항해 싸운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았다. 여기서도 그는 커노샤 시위를 “평화적 시위가 아닌 테러 행위”라고 지칭하고 폭력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 ‘폭도’라고 비난했다. 지난 3일 커노샤를 찾아 블레이크 가족을 위로했던 바이든 후보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전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 대책을 설명 중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전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 대책을 설명 중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과 질서를 특히 강조하는 이면에는 교묘한 ‘인종 갈라치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법 질서를 내세우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것 또한 철저한 선거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흑인 등 유색인종이 폭력 시위로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해 백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키우면서 인종 갈라치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폭도라고 언급하고 미국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백인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사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백인 부동층에게 이런 전략은 나름 먹혀들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에 만족하진 않지만 불안 속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평화 시위라고 하면서 폭력 시위를 정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건 무정부주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폭력과 파괴가 발생하는 지역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지역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인종 갈라치기 함께 트럼프 선거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좌파론’이다. 바이든 후보를 좌파로 낙인 찍거나 좌파의 꼭두각시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 전략이다. 트럼프 진영은 여기에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전역의 시위에서 200여 명이 체포됐고 좌파 세력이 촉발한 혼란을 국토안보부와 법무부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은 민주당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 그의 생각은 좌익 무리에 항복하는 것이고 그게 정확히 그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매개로 좌파와 바이든 후보를 견고히 엮겠다는 속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제’에 찬성했던 인물의 동상을 파괴하는 행위를 급진 좌파가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백인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가 몰려 있는 중서부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후보는 양면작전을 펼치고 있다. 유색인종 차별 반대에 동조하면서도 법질서도 함께 강조하는 식이다. 최근 연설에서도 “분명히 말하는데 폭동은 시위가 아니다. 약탈은 시위가 아니다”며 불법 행위를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와 학교 정상화 등 기존 이슈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3일 델라웨어주를 찾아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사태 초기에 제대로 일을 했다면 학교는 이미 정상화됐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우리에게 망상과 실패를 가져다줬고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대선은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는 코로나 백신 개발과 흑인 투표율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오는 28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 열리는 대선후보 TV토론도 유권자들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후보를 ‘졸린 조(Sleepy Joe)’라고 조롱하며 무능하다고 비판해 왔다. TV토론에서 ‘졸린 조’가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이번 승부의 막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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