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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매일 문 두드리는데…" 28년 탑골지킨 급식소 한숨

중앙일보 2020.09.04 18:29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닫혀 있는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닫혀 있는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 평소라면 급식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져 있어야 할 대기 줄이 보이지 않았다. 분주히 움직여야 할 급식소 내부도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28년째 이어온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지난달 26일 다시 문을 닫았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을 때 잠시 문을 닫은 데 이어 두번째다.   
 

어르신들 “밥 언제 주냐” 문 두드려 

강소윤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총무는 “배고픈 어르신들을 위해 급식이 꼭 필요한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방법이 없다. 메르스 때도 이어왔는데 2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매일 300여명의 노인에게 무료 급식을 나눠줬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세가 심각해지자 급식소는 170명으로 배분 인원을 줄였고 직접 배식이 아닌 도시락이나 주먹밥 등 대체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 세가 심각해지자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강 총무는 “어르신들이 지금도 매일 밥을 달라고 문을 두드리는데 너무 안타깝다. 아직은 확산 세가 커 언제 오픈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인근의 천사무료급식소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급식소 내부는 텅 비어있었고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도시락 나눔을 일시중단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천사급식소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우 고위험군이라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월부터 급식을 바로 중단했다. 5월 넘어간 후 사정이 조금 나아진 뒤에는 도시락을 나눠드렸다”며 “최근 재확산 세가 나오자 아예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체식을 제공하고 싶지만 결국 접촉할 수밖에 없어 그것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13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대구문화예술회관 인근 무료급식소에 많은 인파가 줄지어 점심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13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대구문화예술회관 인근 무료급식소에 많은 인파가 줄지어 점심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복지시설뿐 아니라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으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부터 사회복지시설 3601곳에 대해 무기한 휴관 조치를 시행했다. 노인종합복지관 36곳, 종합사회복지관 98곳, 경로당 3467곳이 포함됐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지만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지적이다.
 
서울 청량리역 인근에서 무료 급식을 운영하는 김미경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 실장은 “물론 지자체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분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노인들이 많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원받는 돈으로 방세를 내면 식비를 따로 마련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자식이 있다고 해도 서로 사는 게 팍팍해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1000여명의 노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했던 밥퍼 역시 지난달 19일부터 문을 걸어 잠갔다.  
 
지난 7울 16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광주 북구청 노인장애인복지과 직원들이 거동불편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도시락 위에 응원 문구가 놓여 있다. 광주 북구는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져 복지시설 급식소 등이 운영을 중단하자 매일 거동 불편·결식 우려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울 16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광주 북구청 노인장애인복지과 직원들이 거동불편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도시락 위에 응원 문구가 놓여 있다. 광주 북구는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져 복지시설 급식소 등이 운영을 중단하자 매일 거동 불편·결식 우려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세로 어르신 돌봄 공백 우려  

김 실장은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을 닫은 뒤 동대문구 관내에 계신 140여분의 노인분들께 2주 동안 드실 수 있는 긴급구호 키트를 전달했다.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쪽방촌을 찾아다니며 직접 배달했다”며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라 지자체와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현재 복지시설을 닫는 대신 경로 식당을 이용해 저소득 노인 2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시간대별로 경로 식당을 방문해 대체식을 가져가고, 움직일 수 없는 분들께는 직접 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는 지난달 4일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5개 자치구에 돌봄 SOS 센터를 운영해 노인과 장애인 등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돌봄 복지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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