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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정신질환 앓는 배우자와의 이혼 허용될까

중앙일보 2020.09.04 15:00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5)

 
A(여)는 2006년부터 바이러스와 오염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됐고, 지나치게 자주 손을 씻고 청소를 하는 증상이 생겼다. B(남)는 2014년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xhere]

A(여)는 2006년부터 바이러스와 오염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됐고, 지나치게 자주 손을 씻고 청소를 하는 증상이 생겼다. B(남)는 2014년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xhere]



Q A(여)와 B(남)는 2001년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로서 미성년 자녀 두 명을 두고 있다. 그런데 A는 2006년부터 바이러스와 오염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됐고, 지나치게 자주 손을 씻고 청소를 하는 증상이 생겼다. 2011년에는 남편 B의 잦은 외박과 거듭되는 사업 실패, 부정행위에 대한 의심, 막내 출산을 겪으면서 우울증과 결벽증이 악화됐다. 2013년부터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 청소에 소모하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했고, 결국 두 달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B는 2014년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A와 B 는 이혼 대신에 3년 동안 별거 하되 B가 자녀들을 키우고 A에게 부양료를 주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A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데다가 자녀들에 대한 면접교섭이 원활하지 않자, 환청이 들린다면서 혼잣말을 하거나 밥에 독이 들었다며 식사를 거부하는 등 우울증이 악화되어 결국 2015년 정신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됐다. A는 자녀들과의 면회가 재개되자 취미생활과 구직활동을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등 건강을 다소 회복해 한 달만에 퇴원했고 이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B는 법원 조정에서 정한 부양료를 주지 않았고, A가 자녀들과 만나는 것도 제한했다.
 
B는 별거 기간이 지났는데도 A의 정신질환이 전혀 호전되지 않아 부부 공동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2018년 다시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A 근래 고령화와 사회적 의식변화에 따라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이혼 청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치매나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가 고령, 실직, 전업주부 등의 이유로 독립적인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이혼으로 그 배우자는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돌봄이나 부양 같은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한정 없이 정신적·경제적 희생을 감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사진 pikrepo]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한정 없이 정신적·경제적 희생을 감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사진 pikrepo]

 
그렇다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한정 없이 정신적·경제적 희생을 감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치매나 정신질환은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폭언·폭력·괴롭힘·유기·이상행동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경제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정신질환이 법률상 이혼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가 있고 과거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관습이 존재했지만, 우리의 현행 민법에 명문 규정은 없다.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배우자의 정신질환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다른 견해는 없고 민법이 포괄적인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른바 혼인생활의 ‘파탄’을 이혼 사유로 정한 것이다. 정신질환, 약물중독, 성교 거부, 성기능 장애, 변태적 성행위 강요, 임신 거부, 종교로 인한 갈등, 배우자의 범죄행위 또는 수감, 성격 차이나 애정 상실, 장기간의 별거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우자에게 정신질환이 있으면 언제나 이혼이 가능한 것일까?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 이혼이 허용되는 것일까?
 
대법원은 배우자의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부부 중 한쪽이 불치의 정신병을 앓고 있고, 그 질환이 단순히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되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가정의 구성원 전체에게 끊임없는 정신적·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라고 본다. 뿐 아니라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하게 돼 이로 인해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도 해당한다.
 
가정은 단순히 부부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자녀 등 모든 구성원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면 다른 쪽 배우자와 가족들에게 한정 없이 참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부부 중 한쪽이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증상이 가벼운 정도에 그치거나 회복이 가능하다면, 상대방 배우자는 사랑과 희생으로 그 병의 치료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을 제대로 하여 보지도 않고 이혼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현재 대법원은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가 딱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 배우자나 가족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한다. [사진 pxhere]

현재 대법원은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가 딱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 배우자나 가족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한다. [사진 pxhere]

 
그러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배우자가 고령의 치매 노인과 같이 생활능력이 없어 이혼을 하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게 된다거나 부양이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과 같은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대법원은, 이 문제는 이혼 당사자 사이의 재산분할이나 개인간 또는 사회적인 부양의 문제로 해결할 수 밖에 없고,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가 딱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 배우자나 가족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여러 관점을 종합해서 법원은 B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즉 ① A가 정신병적 증세와 그로 인한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B의 거듭된 사업 실패와 잦은 외박, 부정행위를 족히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들이 발견된 시점이고, ② B는 A의 결벽증과 우울증이 발병한 이후 A의 치료를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였으며, ③ A의 정신병적 증세는 일상생활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불치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의 신체적 안전을 해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으며, ④ B는 거듭된 사업실패에도 불구하고 본가의 도움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치료비와 생활비 등의 도움이 절실한 A에 대하여는 부양료 조정 조항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고, ⑤ A가 자녀들과의 면접교섭을 통하여 생활의 의욕을 찾고 증세가 호전되고 있는 것을 보면 A의 치료를 위하여는 B와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 모두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 요구된다는 이유였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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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성우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필진

[그럴 法한 이야기] 장남인 내가 유언장 상속 명단에서 빠졌다면? 큰 돈을 빌려준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면? 가사전문법관으로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우리가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법률문제의 해법을 사례 위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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