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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행사인가 정치투쟁인가…조국의 303번 증언거부, 왜

중앙일보 2020.09.04 14:26
조국(사진)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조국(사진)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일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303개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를 거론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증인은 자신과 친족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의 전면적인 증언 거부가 단순한 법적 권리 행사를 넘어 형사법학자의 '소송 전략'이자 검찰의 부당한 기소를 알리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고 있다. 
 

'증언거부권' 예상한 檢의 전략  

검찰이 이날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쓰일 질문을 연거푸 물은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질문이 그랬다.
 
공판 검사는 검찰 수사가 개시된 뒤 조 전 장관이 휴대전화를 바꾼 경위와, 이를 바꿨음에도 당시 국회에서 '최근 휴대전화를 바꾼 적이 없다'고 답한 이유를 물었다. 아울러 자택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준 김경록 PB가 조 전 장관으로부터 "집사람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이유, 딸 조민씨가 실물로 받았다는 인턴십 서류의 파일이 조 전 장관이 사용하던 PC에서 나온 이유, 정 교수가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송금한 8500만원을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보낸 이유 등도 질문에 포함됐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조국 일가를 수사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뉴스1]

지난해 9월 검찰이 조국 일가를 수사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뉴스1]

조 전 장관의 '증언거부권'을 예상한 검찰은 준비된 질문을 통해 조 전 장관의 혐의를 드러내려 했다. 질문 안에 증거와 공소사실, 다른 참고인의 진술을 담아 물어봤다. 검찰 측은 "묵비권 행사는 권리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는 상황 자체는 법적 평가의 대상"이란 입장이다.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재판장에게 질문 제지를 요청하거나 유도신문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장의 허가로 검찰은 준비한 질문 대부분을 조 전 장관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뒤 취재진에게 "검찰은 사실 파악이 아닌 반복된 질문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재판부에 환기하려 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건에 따라 진술 여부 결정한 조국

303개의 질문 중엔 단순한 사실관계나 조 전 장관의 답변에 따라 정 교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도 있었다. 검사는 조 전 장관에게 딸 조민씨의 2009년 서울대 법대 콘퍼런스 참석 여부와 정 교수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조씨의 허위 인턴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런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모든 질문에 148조가 적용될 사안이라 보긴 어려울 수 있다"며 "조 전 장관의 증언 거부는 정치 행위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저항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조 전 장관이 앞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두 진술을 거부했던 것은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선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에선 적극적으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조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밀한 소송 전략이란 해석이다. 
 

조민 입학취소는 여전한 변수  

이에 대해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재수 사건엔 가족과 관련 부분이 없어 조 전 장관이 보다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입시 비리는 아내는 물론 딸 대학 입학 취소까지 걸려있는 문제다. 검찰의 303개 질문은 조 전 장관 가족에겐 잔인한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의 전면적인 증언 거부가 정 교수에 재판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판사는 피고인과 증인이 법적 권리인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던 조국 전 장관의 모습. [뉴스1]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던 조국 전 장관의 모습. [뉴스1]

조국 "권리행사에 여전한 편견 있어"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저는 형사법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함을 역설해왔다"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런 권리행사에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언거부권에 대상이 된 사안에 대해 객관적 증거가 있다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한 사실관계나 증거가 있는 사안까지 답하지 않은 증인의 모습을 결백하다고 보는 판사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SNS에 공유한 정경심 교수 재판 증언거부 이유. [조국 전 장관 SNS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SNS에 공유한 정경심 교수 재판 증언거부 이유. [조국 전 장관 SNS 캡처]

중요한 건 검찰이 확보한 '증거'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부부 모두가 기소된 사건에서 부부에게 진술을 얻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 사건도 결국 검찰이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형사법 전문가다. 자신에게 주어진 형사소송법상 모든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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