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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유일한 접촉은 편의점·배달원”…‘은둔형 외톨이’ 늘어난다

중앙일보 2020.09.04 05:00

“은둔으로 전국 100만 명 고통받을 것”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은둔의 주원인은 개인·사회와의 관계에서 인정받지 못해 생기는 자괴감·박탈감입니다. 따라서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라는 분노가 쌓일 수 있습니다.”
 

은둔자들, 밖으로 더 나오기 어려워져
실업대란으로 취업문턱도 날로 높아져

청년층 많아, 우울증과 학업 문제 등 원인
여명 서울시의원 관련 조례안 발의 계획

 청년지원사업인 '은둔 고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승규(28)씨. 과거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했던 유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은둔형 외톨이 현상에 미칠 영향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코로나19로 사회 여러 면이 변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명 서울시의원(국민의힘당)은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기를 권고하니 은둔 상황을 벗어나려는 사람들도 모임에 나오기 어렵고, 실업대란이 길어지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철경 G'L학교밖청소년연구소 소장 역시 “비대면 사회가 급속히 진행하면서 사회관계가 축소돼 발생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 의원은 오래전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 보고 지난달 22일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현황과 지원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은둔형 외톨이 현황부터 실제 사례, 발생 원인, 지원 상황과 문제점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은둔형외톨이연대준비모임의 은둔생활 여부와 은둔하게 된 계기. [사진 여명 서울시의원실]

은둔형외톨이연대준비모임의 은둔생활 여부와 은둔하게 된 계기. [사진 여명 서울시의원실]

◇은둔형 외톨이는=다양한 정의와 기준이 있다. 윤철경 소장은 ‘6개월 이상 방 또는 집에서 나가지 않고 가족 이외에는 심지어 가족과도 친밀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추정한 19~39세 은둔형 외톨이의 수는 13만5000명가량이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40세 이상 은둔형 외톨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전국에 32만 명 정도이며 주변인까지 더하면 고통받는 사람이 1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실태 파악과 발굴이 어렵고 체계적 지원 정책이 없다”며 “이들에 대한 조례, 실태조사, 특화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가 실제 은둔형 외톨이를 자녀로 둔 부모 27명을 조사해 지난달 4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식사는 주로 방에서 혼자 먹는다(복수응답 35.7%)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주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다고 답한 비율은 21.4%였다. 우울증(40.7%), 저체중(29.6%), 과체중(25.9%), 결벽증이나 건강염려증(25.9%) 같은 건강상태를 보이며 주 활동은 인터넷 게임과 컴퓨터(81.5%), 수면(29.6%), 음악(18.5%)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나이는 만 20~24세(33.3%)가 가장 많았고 만 25~29세(25.9%)가 다음이었다. 처음 은둔한 시기는 만 20~24세(44.4%)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만 15~19세(29.6%)가 많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은둔을 시작하는 주요 시기라고 조사됐다. 성비는 남성이 66.7%, 여성이 33.3%였다. 은둔 기간은 3~5년이 33.3%. 5~10년이 25.9%. 1~2년이 22.2%. 1년 미만은 7.4%였다.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의 '자녀의 은둔기간' 자료. [사진 여명 서울시의원실]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의 '자녀의 은둔기간' 자료. [사진 여명 서울시의원실]

 은둔형외톨이연대준비모임이 지난달 14~20일 당사자 30여 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48.6%가 주로 집 안에서 지내지만 취미활동 등을 할 때만 외출한다고 답했다. 22.9%는 근처 편의점 등에는 외출한다고 했으며 30%는 방에서 나가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남신경정신과 내원자 분석에서는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거나 쓰레기 더미 속에서 노숙자처럼 생활하며 낮에 자고 밤에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은둔의 원인은=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조사에서는 은둔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학업중단이나 대학입시 실패가 50%, 왕따나 인간관계 문제가 28.6%, 취업의 어려움이 7.1%로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한 은둔형 외톨이는 “누구나 은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들을 패배자로 인식하는 것은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의 등을 떠미는 꼴과 같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핵가족화와 자녀 수 감소에 따른 과잉보호·과잉통제 같은 부적절한 양육 태도, 왕따 등 학교폭력 피해와 극심한 학업 경쟁, 청년실업 증가 등 사회경제적 요인, 주거시설 독립성과 인터넷문화 발달 등의 문화적 요인을 꼽았다. 윤 소장은 “코로나로 은둔한 삶이 새로운 형태의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으면 단순히 방에 머물고 있다는 자체가 은둔형 외톨이의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런 현상이 가정환경과 관련 있어 보인다며 결혼이나 임신을 할 때 상담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면 은둔형 외톨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배영길 꿈터가정형대안학교 대표는 어머니의 심한 우울증과 일관되지 못한 양육 태도, 학교 교사의 비인격적 체벌 등으로 햇빛이 못 들어오게 문 틈에 테이프를 붙이고 생활할 만큼 세상과 소통을 단절했던 A양이나 초등학생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에게 방치돼 학교에 가지 않고 몇 달 동안 씻지도 않은 채 컴퓨터 앞에만 있었던 B군의 사례를 소개했다. 둘은 꿈터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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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은둔형외톨이연대준비모임 조사에서 마음 상태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75%, 용돈 등 경제적 지원이라는 응답, 이런 상태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식과 정보라는 응답이 각각 56.3%였다. 
 
 유씨는 “(은둔형 외톨이가) 외부와 접촉하는 유일한 수단은 편의점, 배달원, 온라인상 사람들이었다”면서 “상담센터나 병원까지 연계할 중간다리가 필요한데 게임업체와 협업해 게임상에서 쉽게 상담을 접할 수 있게 하거나 배달업체, 편의점과 협업해 전단을 나눠주거나 포스터를 붙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소장은 “지원 대상을 확대하다 은둔형 외톨이가 지원에서 소외되는 일을 막으려면 특화한 전달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부모의 적극적 참여, 사회인식 변화 등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K2인터내셔널코리아 오오쿠사미노루 교육팀장은 “당사자와 가족이 어디로 가면 상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정신과에서는 약 처방만 받는 경우가 많아 고립감이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시의회 주최, 여명 서울시의원(미래통합당·비례) 주관으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현황과 지원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서울시의회]

지난달 22일 서울시의회 주최, 여명 서울시의원(미래통합당·비례) 주관으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현황과 지원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서울시의회]

 
 이에 대해 배영길 대표는 “생활과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시설 지원과 장기적 지원이 필요한데 민간단체에서 이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지역사회 안에서 유관기관, 전문가, 정신보건센터, 병원이 연계해 적절히 치료하며 사회적응을 돕는 종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없고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부모도 자식의 정신적 문제라고 치부해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서울시는 지난해 청년청을 신설해 이 문제를 관할하고 있지만 다른 청년정책의 하나로 다룰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해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청년 현황 파악, 지원체계 수립, 전문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연대 준비모임 조례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여 의원은 가족을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 등이 지난해 제정된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 등 타지자체 조례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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