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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친문, 이낙연 아닌 이기는 후보에 관심…당대표 시킨건 검증"

중앙일보 2020.09.04 00:33 종합 23면 지면보기

당권 쥔 이낙연, 친문과 관계설정은

올초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이낙연 총리(현 민주당 대표)가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올초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이낙연 총리(현 민주당 대표)가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8·29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낙연 대표의 낙승으로 끝났다. 이제 이낙연·이재명(경기지사)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다. 1일 발표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선 지지율이 이 대표 24.6%, 이 지사 23.3%였다. 오차 범위 내다. 이 지사의 상승세가 만만찮다. 당권을 꿰찬 이 대표가 여세를 몰아 오랫동안 이어온 대망론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민주당 친문·범친문·비문 의원들과 정치 전문가들에게 ‘이낙연의 미래’를 물었다. 먼저 경선 과정 중 이 대표 측근 그룹 내에서 좌장 역할을 한 설훈(5선) 의원.
 

친문이 대표로 민 명분은 검증론
본선 전 리더십 시험대에 올린 것
친문, 이낙연보다 이기는 후보 쪽
서로 DNA가 달라 균열 우려도

이 대표 체제는 이해찬 체제와 다를까.
“큰 틀은 바뀌지 않겠지만, 대표 스타일이 있으니 변화는 있을 거다. 과감한 쪽으로의 변화. 안정감은 계속 가져가되 과단성 있는 정책 추진이 덧붙여질 것이다. 협치를 얘기했는데 그건 상대적인 것이니 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대에서 친문 대의원의 힘이 확인됐는데 친문과의 관계는.
“친문과의 관계는 계속된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대선에서) 기대할 바가 있다. 또 친문의 지지를 받았으니 그 입장에 서서 정치를 해야 한다. 친문과의 화학적 결합이 진전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사와 경쟁은 어떨 것 같나.
“이낙연은 이낙연의 길이 있고 이재명은 이재명의 길이 있다. 자기 길 갈 때다. (다만) 지금은 이낙연의 때다.”
  
친문, 검증 명분으로 이낙연 시험대 올려
 
의원들과 전문가의 생각은 설 의원과 달랐다. 모두에게 가장 큰 관심은 이 대표와 친문과의 관계였다. 친문계 A 의원은 “친문 당원들의 열망은 정권 재창출이다. 이 대표가 아니라 누가 토끼를 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대표가) 잘못하면 그래도 미는 게 아니라 기회를 안 주려 할 수 있다. 다만 상당 기간 유력 주자였던 이 대표를 쉽게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문 의원들이 이 대표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낸 명분이 ‘검증론’이다. 바로 본선으로 갔다 문제가 생기면 낭패인 만큼 6개월짜리라도 대표가 돼 맷집도 키우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A 의원은 이 대표의 당권 6개월을 서핑(파도타기)에 비유했다. 이 대표가 파도 꼭대기에 올라서면 자기 색깔을 내면서 파도를 탈 수 있겠지만, 파도에 올라설 때까지는 친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친문계 B 의원은 “시험대에 오른 이 대표가 당을 장악하려면 친문들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고, 한편으로 외연 확대를 하려면 너무 친문쪽으로만 치우쳐도 안 되는 딜레마가 있다. 이게 중요한 지점인데 이걸 이겨내야 성공한 리더십”이라고 지적했다. 친문계 중에서도 강성인 C 의원은 “어떤 상황이 와도 이 대표는 절대 문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지지율이 문 대통령 지지율에 올라타 있는 걸 잘 안다.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 대선 주자들이 흔히 선 긋기를 하는데 오히려 선봉에 서서 옹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문과의 관계에 있어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비문계 중진 D 의원은 “이 대표는 개혁적 성향의 이해찬 대표와 다르다. 중도·합리적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친문 당원들은 이 대표에게 176석을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개혁을 요구할 거다. 검찰·언론 개혁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성과를 내야 하는 이 대표는 이해찬 체제처럼 ‘밀어붙여’라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지지층과 균열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친문 그룹 중에선 ‘이 지사는 죽어도 싫다’ ‘그 중 이낙연이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사람’이란 이유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이란 인식은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범친문인 E 의원도 “이 대표는 친문 핵심 지지층과 성향, DNA가 다르다. 지금까지 이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무난하게 1등을 해왔는데 자기 색깔이 없는 상황에서 이재명이란 파도가 치니 휘청하는 거다. 친문과의 관계도 새로 설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강성 문파 체제에 끌려갈 것이다. 자기 컬러를 만들어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대선주자라면 그 정도 실험은 해야 한다. 파도가 더 치면 무너질 수 있다. 문재인이란 토양 위에 이낙연이란 나무를 꽂아 놓은 게 지금이다. 뿌리를 내린 게 아니다”고 했다.
  
전문가들 “정권과 차별화해야 성공”
 
전문가들은 대선을 생각한다면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대표가 원래 친문은 아니지만, 이 지사와 비교할 땐 당내 기반이 작지 않다. 내부에선 크게 어렵진 않을 건데 바깥, 민심이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사례는 차별화의 성공이었다. 대선 후보가 차별화를 할 때 대통령이 허락하면 이기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했다”며 “그런 만큼 때가 되면 이 대표는 뭔가 차별화를 해야 하고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이 그 차별화를 용인해주는 주는 상황이 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이 대표가 친문과 같이 가려는 욕구가 강할 텐데 그러면 이해찬 체제랑 달라질 게 없다. 이해찬 체제는 청와대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만 갔다. 그러면 국민에게 새로움이 없어진다. 아주 독이다. 그러니 이낙연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정권을 잡으려면 전략적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6개월짜리 당 대표를 하겠다는 건 스스로 차기 대권을 쟁취해가겠단 선언이 아닌가”라며 “이 대표의 이점은 뭐를 해도 이해찬 전 대표와 비교가 될 것인데 상대적으로 조금만 외연을 넓히면 중도·보수층이 ‘이낙연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이낙연, 이재명과 레이스는 어떨까
 
의원·전문가들 중 다수는 두 사람의 레이스가 당분간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친문계 F 의원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거다. 그런 구도가 좋다. 지금 티격태격하는 것은 남진·나훈아가 인기 경쟁하는 거랑 같다. 둘이 경쟁하면서 시선을 끄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철구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대표도 “아직 시간이 있어 서로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고 할 거다. 제삼자가 나올 수도 있다. 대선 후보 선정 때까지 원톱 없이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에서 전혀 다른 이낙연·이재명 리더십을 보고 있는데 이 지점에선 이 지사가 좀 유리하다. 비정상적인 시기에는 비정상적인 리더십을 선호한다”(범친문계 G 의원) “당연히 이제부터는 이 대표가 주도권을 쥐는 시기다. 다만 그게 6개월밖에 안 돼 그다음을 예측하기 어렵다”(친문계 C 의원)는 전망도 있었다.
 
이낙연의 친구, 이재명의 스승 이상돈이 말하는 둘의 학창시절
이상돈 교수

이상돈 교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는 이낙연 대표의 서울대 법대 70학번 동기다. 1983년 서른 두살에 중앙대 법대 교수가 된 그는 법대생 이재명 지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여당 양강 주자의 대학 시절을 가까이서 본 사람이다.  
 
이 교수가 기억하는 이 대표는 “문학적인 소질이 있었던 학생이었고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했다. 당시 서울대 법학과 정원은 100명이었고 두 개반으로 나눠 수업을 들었는데 이 교수와 이 대표는 같은 반이었다.
 
이 교수는 “학교 다닐 때 깔끔하게 하고 다녀서 집이 가난한 줄도 몰랐다. 뒤에 알았지만 형편이 안돼서 고시 공부를 못하고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며 “회상해 보니 아르바이트 하느라 힘들어서 그랬는지 학교에선 도드라지기보다 무색무취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대 내에 잡지가 있어 거기에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나중에 기자가 됐다길래 적성에 맞게 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지사에 대해선 “검정고시를 해서 나이가 많아 학교에 들어왔다. 성적이 아주 우수했는데 장학금을 받기 위해 중앙대로와 특등 대접을 받았다. 학비 면제, 숙소 제공, 책값도 받았다”고 기억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당시 중앙대에서 학내 문제로 시끄러운 일이 많았는데 이 지사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래서 교수들이 학생들을 설득할 때 이 지사를 불러 미리 얘기하면 효과가 있었고 의리도 있어 학생운동 하느라 취직 안 된 후배들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데려다 일자리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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