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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술상 ‘다찌’는 ‘다 있는’ 선술집

중앙일보 2020.09.04 00:03 종합 21면 지면보기

우리말 찾기 여행 ⑥ 통영 다찌

통영 무전동 통영다찌. 스폐셜 상차림. 조기김치, 볼락구이, 굴전, 멍게비빔밥 등. 백종현 기자

통영 무전동 통영다찌. 스폐셜 상차림. 조기김치, 볼락구이, 굴전, 멍게비빔밥 등. 백종현 기자

‘다찌’는 경남 통영의 술 문화다. 통영 강구안 주변에 ‘다찌’ 간판을 건 식당이 모여 있다. 명성과 달리 최근에는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다. 지금의 다찌 상차림(사진)은 모둠회 정식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안 그랬다.
 
다찌는 어부의 술상이다. 술의 힘을 빌려 고된 뱃일을 버티는 어부의 문화다. 애초의 다찌에선 술을 시키면 안주가 따라 나왔다. 술을 시키면 시키는 대로,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안주가 차례로 나왔다. 어떤 안주가 나와도 공짜였다. 술값에 안줏값이 매겨져 있어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와 같은 방식의 다찌가 남아 있었다.
 
‘다찌에서 술을 시키면 회도 공짜’라는 소문이 돌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하나 관광객 대개의 주량은 어부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술을 적게 마시니 안주도 적게 나왔다. 관광객의 안주 타령이 빗발쳤다. 결국 1인 가격의 상차림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요즘 통영 다찌는 대부분 1인 3만원 상을 내놓는다. 요즘 다찌가 모둠회 정식과 같아진 내력이다.
 
다찌는 정해진 메뉴가 없다. 통영 앞바다 해산물이 철에 따라 그리고 주인 기분에 따라 조리돼 올라온다. 가령 병어가 물이 좋으면 회로 내고, 아니면 찌거나 조려서 낸다. 없으면 물론 안 낸다. 일본 가정식 오마카세(お任せ)와 유사한 방식이다.
 
다찌는 일본어 ‘다치노미(たちのみ)’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제일 유력하다. 다치노미는 ‘선 채로 마신다’는 뜻으로, 일본식 선술집을 이른다. 바다에서 돌아온 통영의 어부에겐 이런 선술집이 제격이었으리라.
 
요즘 들어 희한한 풀이가 등장했다. “다찌는 통영의 한 상 차림으로 ‘다 있지’의 준말이다. 통영 앞바다의 싱싱한 해산물을 한 상 가득 내놓는 것이다.” 통영 한 다찌 집의 소개글에서 인용했다. 재치 있는 해석이다. 하나 전혀 근거가 없다. 다찌는 일본어 잔재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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