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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컨택트, 언택트, 온택트…소통의 진화

중앙일보 2020.09.03 15:00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45) 

모니터에 창이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집 안 어딘가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을 지원자들이 카메라에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전했다. 예정대로라면 강의실에 마주 앉아 있어야 하지만, 대면을 피해고 요즘의 상황에 맞춰 온라인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나 역시 카메라의 앵글을 확인하며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물었다.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 잘 들리시죠? 반갑습니다.”
 
우리 회사가 발행하는 자매지들끼리 협업해 취업준비생을 위한 ‘직무 역량 강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잡지와 연결된 분야의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업계의 선배들을 만나 관심 분야 브랜드와 기업의 마케팅 관련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몇 달 전 시작한 뷰티 마케터에 이어 이번에는 패션 마케터 과정이다. 오늘은 지원자들을 처음 만나보는 면접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부시책에 맞춰 대면이 아닌 ‘줌(zoom)’을 이용한 화상 미팅을 시작했다.
 
모니터에 창이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집 안 어딘가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을 지원자들이 카메라에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전했다. [사진 unsplash]

모니터에 창이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집 안 어딘가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을 지원자들이 카메라에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전했다. [사진 unsplash]

 
딸 아이가 온라인 학원 수업을 할 때 사용하고 있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기는 했지만, 실제 카메라 앞에 앉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100명 미만이 한꺼번에 접속할 수 있고, 스마트폰뿐 아니라 PC로도 참여할 수 있어 회의 등 업무를 볼 때 많이들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들었는데 기대했던바 대로 온라인을 통한 단체면접이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접속한 십여명의 지원자는 모니터를 통해 한 화면 안에서 만나 면접을 할 수 있다니, 과연 ‘온택트(Ontact)’시대다. 시야를 넓게 돌리지 않아도 컴퓨터 화면 속 면접자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야기를 나누면서 표정의 변화나 말투, 평소의 움직임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니 카메라를 응시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고 다른 지원자들이 대답할 때 집중하는 모습이 더 자세히 보인다고나 할까.
 
“패션 산업 역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패션 역시 유통 플랫폼이 마케팅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애이블리’와 ‘지그재그’ 등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 방법이 주효할 것이라 생각해 학교에서 데이터 분석 과정을 집중해 공부하고 있어요.” 
“패션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아 패턴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면접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하고 싶은 분야와 직무 군에 취업을 위해 준비해 온 과정이 놀랄 만큼 구체적이다. [사진 unsplash]

면접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하고 싶은 분야와 직무 군에 취업을 위해 준비해 온 과정이 놀랄 만큼 구체적이다. [사진 unsplash]

 
면접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하고 싶은 분야와 직무 군에 취업을 위해 준비해 온 과정이 놀랄 만큼 구체적이다. 몇 달 전 진행한 뷰티 마케터를 위한 역량강화 과정 면접을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인플루언서를 통한 제품 정보와 트렌드 습득, SNS 마켓을 통해 선보인 뷰티 브랜드에 대한 파악, H&B(Health & Beauty) 스토어 제품 마케팅을 경험하기 위한 아르바이트 근무 등 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 다가가는 구체적인 노력에 감탄했다. 
 
근무하고 싶은 회사에 관해 물어봤을 때도 달라진 20대의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무작정 뷰티 관련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을 언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볼 수 있는 ODM(Original Development Design) 기업을 취업 목표로 삼아 언젠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다는 지원자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채널로 관심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그 안에서 자신이 해볼 수 있는 것을 시도하는 모습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업의 기회는 적어지고 경쟁은 더욱 심화된 상황, 그 안에서 20대가 얼마만큼 치열하게 준비를 해오고 있는지를 나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해당 업종의 운영 방식, 실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차이가 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머릿속으로 그려본 일의 과정은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입장일 테니 막상 그 업무의 일원이 되어 직접 수행하다 보면 부딪쳐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다를지 파악하게 될 것이다. 학교를 떠나 그렇게 사회생활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그 세대의 청년이 반드시 경험해야 할 시간이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이런 열정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 온 청년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사진 unsplash]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이런 열정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 온 청년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사진 unsplash]

 
독일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로마노 과르디니의 『삶과 나이』(문학과 지성사)는 생각이 막혔을 때 가끔 펼쳐보는 책이다. 여기서 언급한 청년과 그 윗세대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는데 다음과 같다. 
 
“이 시기에 삶의 구조를 규정하는 것은 신념의 순수성, 이념적 정열, 일정한 입장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 등입니다. 하지만 실제 삶이 어떠하고 어떻게 돌아가는가 하는 데 대한 지식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것을 알 만한 기회와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원인이 있으니, 청년은 보는 능력, 그리고 본 것을 소화하는 내적 능력이 아직 부족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숙의 과정에서 대단히 큰 역할을 했던 교육이 이제 새로운 양상으로 돌아옵니다. 즉 경험이 있는 자의 말이 곧 이 시기의 교육이 되는 것이죠.”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이런 열정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 온 청년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앞으로 더 광범위하게 펼쳐질 ‘온택트’ 디지털 시대에 말이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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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김현주 우먼센스 편집국장 필진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 전 코스모폴리탄 편집장, 현 우먼센스 편집장. 20~30대 여성으로 시작해 30~40대 여성까지,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삶을 주목하는 일을 25년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나이 또래인 50대 '갱년기, 중년여성'의 일상과 이들이 마주하게 될 앞으로의 시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더오래’를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호르몬의 변동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모색하며 동년배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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