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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520억 들여 만든 오싹 '아파트 사당', 10만 망자들 산다

중앙일보 2020.09.03 09:57
중국에 망자(亡者)를 위한 ‘아파트 사당(祠堂)’이 출현해 화제다. 재경(財經) 등 중국 언론이 2일 일제히 보도한 바에 따르면 죽은 이를 모시는 기괴한 아파트가 출현한 곳은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톈진(天津)이다.
 

톈진 빈하이신구에 들어선 16개동 아파트
살아있는 자가 아닌 죽은 이 유골 모신 곳
불법 논란 속 이미 10만 유골함 입주해
땅기운 받는 지하실 아파트가 가장 비싸

중국 톈진에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한 아파트가 등장했다. 아파트를 사당으로 개조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소후망 캡처]

중국 톈진에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한 아파트가 등장했다. 아파트를 사당으로 개조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소후망 캡처]

 
톈진시 빈하이(濱海)신구 중탕(中塘)진의 한 구역에 두 차례 공사를 거쳐 모두 16개 동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부지 면적은 5헥타르 정도. 층마다 25개의 가구가 있고, 매 가구 면적은 20㎡에서 50㎡로 비교적 작다.
 
언뜻 봐서는 일반 아파트로 보이지만 모든 창문이 검은색 일색이다. 현장 취재에 나선 중국 기자가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아파트 가구마다 ‘X씨 사당’이라는 편액이 문패를 대신하고 커다란 붉은 꽃이 문 옆에 걸려 있다.
 
개발업자는 3억 위안(약 520억원)을 들여 5헥타르 부지에 망자를 위한 아파트 16개 동을 지었다. [중국 소후망 캡처]

개발업자는 3억 위안(약 520억원)을 들여 5헥타르 부지에 망자를 위한 아파트 16개 동을 지었다. [중국 소후망 캡처]

 
산 사람이 사는 아파트가 아니라 망자의 유골이 안치된 아파트인 것이다. 원래 이곳은 공익 납골당이었다고 한다. 한데 약 6년 전쯤 3억 위안(약 520억원)을 투입해 현재와 같은 ‘아파트 사당’으로 개조했다.
 
처음엔 별 인기가 없었는데 갈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지며 현재는 3천여 가족이 아파트를 매입했고 이곳에 안치된 유골함만 1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처음엔 1㎡당 3000위안에 팔던 걸 이제는 두 배가 넘는 7000위안에 판매하고 있는데 매진 또한 임박했다.
 
중국 톈진 빈하이신구 중탕진에 들어선 ‘아파트 사당’엔 이미 3000여 가족의 유골함 10만 개가 입주한 상태다. 문 옆엔 편액과 커다란 붉은 꽃을 걸었다. [중국 소후망 캡처]

중국 톈진 빈하이신구 중탕진에 들어선 ‘아파트 사당’엔 이미 3000여 가족의 유골함 10만 개가 입주한 상태다. 문 옆엔 편액과 커다란 붉은 꽃을 걸었다. [중국 소후망 캡처]

 
개발업자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실이 가장 비싸고 다락방 아파트가 값이 가장 싸다. 지하실이 비싼 건 ‘땅 기운(地氣)’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한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 편히 쉬기를 바라는 중국 전통의 ‘입토안장(入土安葬)’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현재 이 같은 ‘아파트 사당’은 톈진에서 적지 않게 환영을 받고 있다. 많은 중국인이 자신의 조상 유골이 다른 집안 유골과 함께 한 군데 납골당에 안치되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한 ‘아파트 사당’을 찾는 톈진 사람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하실 아파트가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가격이 가장 비싸다. [중국 소후망 캡처]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한 ‘아파트 사당’을 찾는 톈진 사람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하실 아파트가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가격이 가장 비싸다. [중국 소후망 캡처]

 
사자(死者)를 위한 별도의 아파트를 사들여 그곳에 가족과 친지의 유골을 모시고 옛 전통을 좇아 사당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보도한 중국 언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선인(先人)을 위해 사당을 짓고 기리는 건 현 시대 흐름과 맞지 않고 죽은 이를 위해 이런 사치스러운 아파트 사당을 마련하는 것은 토지를 낭비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또 남과 비교해 자신의 체면을 차리려는 심리 또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톈진에 들어선 ‘아파트 사당’이 불법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 개발업자는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한다. [중국 소후망 캡처]

중국 톈진에 들어선 ‘아파트 사당’이 불법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 개발업자는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한다. [중국 소후망 캡처]

 
특히 공익 납골당을 팔고 사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발업자는 이를 피하기 위해 판매가 아니라 장기 임대라고 말하고 있다. 빠른 도시화 진행 속에서도 전통의 습속을 지키려는 중국인의 욕구가 어우러져 빚어낸 기이한 모습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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