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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트럼프 말만 거칠지만 바이든은 강한 행동하는 사람"

중앙일보 2020.09.03 05:00
김성한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1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국제관에서 문재인 정부 하반기 외교안보 전략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성한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1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국제관에서 문재인 정부 하반기 외교안보 전략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反中) 노선이 한층 강화되면서 한국을 향한 압박 강도가 나날이 세지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는 세계 경제 공급망 재편 시도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이어 중국을 집단안보 체제로 봉쇄하는 ‘쿼드 플러스(미·일·호주·인도 4개국+α)’ 구상이 등장하면서다. 특히 쿼드 플러스는 안보 차원의 중국 봉쇄 작전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도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美 대선 앞둔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 연쇄 인터뷰③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전 외교부 제2차관
“주한미군 감축 대비 워싱턴 '전략 로비'에 나서야”

 
김성한 전 외교부 제2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미·중 간 신냉전이라고 할 만큼 관계가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어떤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한국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데 외교 안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차관에게 미 대선 전망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외교 안보 전망과 방향성을 물었다.
 
한국이 결단을 해야 할 순간이 점차 앞당겨지는 느낌이다 
우리 스스로 선택이라는 용어는 안 쓸수록 좋다. 한국은 이미 전략적으로 미국과 동맹을 맺을 때 선택을 했다. 이런 기본 전제하에 이슈별로 한국의 입장이 약간씩 달라지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군사작전은 우리가 직접 참여하기엔 현재로썬 위험하다고 본다. 다만 국제법과 항행의 자유 원칙을 중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은 견지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수위를 높일 것이냐 마느냐다.
 
사안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의 동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과 자체 국방력 강화 등 약간 변형된 형태로 대응해 나가는 건 잘하고 있다. 창의적 해법으로 돌파해야 한다. 중국과 교역이나 투자관계를 끊을 수는 없지만, 첨단기술,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양자 컴퓨팅 같은 기술 동맹은 양다리가 안 된다. 미국 표준을 따르는 게 맞다. 경제적으로도 기술혁신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분업이나 발전이 앞서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 동맹그룹의 혜택을 얻는 편이 낫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2기에선 미·중 문제가 어떻게 풀릴까 
재선한 트럼프도 이제는 동맹을 모아 대응하려 할 거다. 그간 중국 문제에서는 유럽연합(EU)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 관련 현안에서는 미국보다는 소프트했다. 중국 문제에서 대서양 동맹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을 성공시키려면 대서양 동맹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걸 다지는 데 시간을 투입할 거라고 본다.  
 
미 동아시아 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은 어떻게 달라질까
주한미군의 역할이 달라질 수는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폭 감축 가능성을 누차 시사했다. 트럼프라면 유사시 한국 거주 미국 시민을 소개하는 작전(NEO·비전투원 소개 훈련)을 위한 최소 병력만 남기고 줄일 수도 있다고 본다. 1만 명 정도로 예측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미 의회와 오피니언 리더, 미 군부를 상대로 이른바 건설적인 전략 로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과거 지미 카터 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왔을 때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존 싱글러브 장군(당시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 같은 그룹을 확보해놔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미국보다 한국 정부가 걱정이다. 일부 친정부 인사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을 대북정책에 활용하려는 인식마저 보인다. 노골적으로 주한미군 감축과 북한 비핵화를 연계하는 발언들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AFP=연합뉴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중 갈등의 양상이 달라지나
세계보건기구(WHO)나 파리기후협약 같은 다자외교의 현장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공간이 생길 것이다. 대결 일변도로 가진 않을 거라고 본다. 한편으로 바이든이 당선된다는 건 민주당 내 중국 전문가 그룹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앤서니 블링큰(전 국무부 부장관), 톰 도닐론(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사람들은 중국을 요리하는 데 있어서 용의주도하다. 노골적인 봉쇄나 퇴출보다는 부문별 고립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나 G7(주요 7개국), 동맹국들을 동원해 제도적으로 중국을 에워쌀 거다. 트럼프는 중국을 봉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전 세계 동맹국들의 중국 투자를 이제 와서 전면 철수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민주당 정부는 이보다 미래 산업이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4차산업, 첨단기술 분야에 한정해 중국을 철저하게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트럼프가 터프 토크를 하는 대신 치밀하지 않다면 바이든은 강력한 언어는 없어도 터프 액션을 하는 사람이 될 거다. 후자가 강력할 수 있다.  
 
미 대선 전 북·미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정치의 세계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옵션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써는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이 없을 거다. 미 대선에서 외교 문제가 효과를 발휘했던 경우도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선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을 완성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일 순위다. 그런데도 가능한 모든 카드를 다 긁어와야 할 정도로 판세가 밀린다면 또 한 번의 이벤트를 노릴 수는 있겠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호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돌아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호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돌아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대선 전 전략적 도발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가지 변수에 좌우될 거라 본다. 우선 북한 내부의 경제 상황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국경을 막았고 최근 일부 열었지만, 타격이 있을 거다. 두 번째는 북·중 관계다. 북한은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기를 희망하지만 대량 지원은 미국의 위성에 발각돼서 할 수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수세에 몰리면 또다시 살라미 전술을 쓰려 할 거다. 중국이든 우회적으로 미국 측에 우리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수 있다. 북한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간단한 사람이 아니다. 북한이 실제로 레드라인을 넘는 중대한 도발을 했을 때, 트럼프는 '불량 국가를 다루는 방법이 나는 오바마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미국에 의한 화염과 분노가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 할 수 있다. 김 위원장보다도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이다.
 
포스트 아베 시대의 한·일관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양국 정부의 관계개선 의지가 점점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우려되는 점은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와 같이 뭔가를 하려 할 때 악재로 작용한다는 거다. 일본이 우리를 되도록 도와줄 순 없어도 안 되게 할 파워는 있다. 일본과 관계는 역사 문제로 인해 긴장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지만, 과거사와 다른 이슈는 분리해야 한다. 특히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등의 한·미·일 안보협력과 이 문제를 연동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우리 편을 결코 들어줄 수가 없는 사안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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