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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찰인데" 26억 턴 보이스피싱...9명의 치밀한 역할극

중앙일보 2020.09.03 05:00
경찰이 50대 여성한테 26억원을 탈취한 보이스피싱 일당 8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2일 "50대 여성에게 접근해 26억원을 훔친 보이스 피싱 일당 중 '수거책' 4명, 중국 국적의 '중간책' 3명, '환전상' 1명 등 8명을 검거해 지난달 27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건추적]"검찰인데요" 찾아와 26억 훔친 보이스피싱

 
성동경찰서. 연합뉴스

성동경찰서.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8명 검거, 주범은 못 잡아  

이들 보이스피싱 일당은 지난 8월 31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A씨에게 "곧 택배 물품이 주소지로 배송됩니다"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택배를 시킨 적이 없던 A씨가 전화를 걸자 일당 중 한 명이 자신을 "검찰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신의 개인정보가 범죄에 사용돼 계좌를 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곧 금융감독원 직원이 집으로 갈 테니 돈을 전달하라"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을 만난 A씨는 우체국에서 인출한 현금을 여행용 캐리어 가방에 담아 그에게 건네줬다. 같은 방법으로 나흘간 총 13차례에 걸쳐 A씨가 전달한 금액은 총 26억원이다.
 
일당은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각각 아파트 단지에 들어온 30대 여성 수거책과 40대 남성 수거책은 쓰레기 집하장 앞에서 A씨와 30초간 이야기를 나눈 뒤 돈을 건네받았다. CCTV 속 여성 수거책은 검은 옷을 입고 더플백을 메고 있었고, 남성 수거책은 하얀색 연분홍 셔츠를 입고 캐리어를 끌었다. 경찰은 인근 CCTV 등을 통해 이들과 접선한 중국 국적의 중간책 3명과 환전상 1명까지 검거했다. 이어 서울시 일대에서 A씨를 만난 추가 수거책도 2명도 더 찾아내 검거했다. 검거 장소는 서울 성동·관악구와 부산 등이다.
 
보이스피싱 이미지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은 현재 26억원 중 대부분이 채팅 아이디로만 알려진 주범이 있는 중국으로 보내진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환전상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중간책들 역시 아직 주범의 신상을 말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수거책들은 지시한 이들뿐 아니라 서로도 모르는 사이였다.
 

피해자, 검찰 등 사칭 전화 수신 질문에 X 표시 

일당에게 빼앗긴 26억원은 A씨가 우체국에서 인출한 돈이다. A씨는 우체국을 방문할 때마다 수천만 원에서 최대 3억원을 1만 원권 위주로 챙겨 여행용 캐리어에 담았다. 돈을 인출할 당시 A씨는 피의자들의 지시에 따라 우체국 직원에게는 "이민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체국 관계자는 "A씨가 직원이 제시한 체크리스트 중 '경찰·금감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냐'는 질문에 '없음' 표시를 해서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범행을 당하기 일주일 전쯤 유산을 포함한 거액을 우체국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 최근 큰 돈이 생겼다는 사실을 피의자들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26억은 역대 보이스피싱 최대 피해액 

금융당국은 A씨가 당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개인이 받은 피해액으로는 최대 규모인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역할극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모습과 해외에 주범을 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설명했다.
 
24일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시연행사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뉴스1

24일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시연행사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뉴스1

 
경찰은 추가 피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일당 송치 후에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중간책까지 찾아냈다"면서도 "액수가 큰 사건인 만큼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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