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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6) 저물 듯 오시는 이

중앙일보 2020.09.03 00:08 종합 27면 지면보기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저물 듯 오시는 이
한분순 (1943∼)
저물 듯 오시는 이

섧은
눈빛이네.
 
엉겅퀴 풀어놓고
시름으로
지새는
밤은
 
봄벼랑
무너지는 소리
가슴 하나 깔리네.
- 심상(1976년 11월)


서정의 한 성취
 
아름다운 작품이다. 서정의 한 성취를 보여준다. 늘 섧은 눈빛으로 저물 듯 오시는 이. 시름으로 지새는 밤은 풀어놓은 엉겅퀴 같다. 얼마나 기가 막히면 가슴 하나 깔리는 봄벼랑 무너지는 소리겠는가?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이 소원해지는 시대. 그래서 사람이 더욱 그립다.
 
이 시조는 행 구분을 이미지 전개에 따라 나누는 형태상의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이런 시도는 그 뒤 많은 젊은 시인들이 따라 했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초정 김상옥 선생은 한 시인을 찾아와 찬사를 전하기도 했다. 언론인이기도 한 시인은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부국장과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스포츠투데이 문화국장을 지냈다. 한국시조시인협회장과 한국여성문학인회장을 역임했다.
 
유자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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