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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시공간 비틀기…드라마는 OK, 물리학 활용은 ‘글쎄’

중앙일보 2020.09.03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미래의 시간 여행자들과 현재 인류의 갈등을 그린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사진 SBS]

미래의 시간 여행자들과 현재 인류의 갈등을 그린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사진 SBS]

타임슬립과 이로 인해 혼란에 빠진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세계의 대결.
 

군 전역 주원 복귀작, 김희선 1인 2역
비슷한 설정 ‘더 킹’보다 이해 쉬워

지난달 28일 첫 방송한 SBS 금토 드라마 ‘앨리스’의 주요 얼개다. 시간여행 시스템 ‘앨리스’를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자신과 관련된 사건, 기억을 바꾸려는 미래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현재인들의 힘겨루기다. 군 복무를 마친 주원의 복귀작이자 톱스타 김희선의 1인 2역에다 물리학 이론에 바탕을 둔 타임슬립 설정이란 점에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앨리스’는 SBS가 얼마 전 야심 차게 꺼내 들었다가 속을 태운 ‘더 킹:영원의 군주’와 유사한 면이 적지 않다. ‘더 킹’은 ‘평행세계’라는 세계관을 도입, 다른 세계의 인물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대결한다는 구성. 난해한 평행세계 설정을 연착륙시키려 주인공 이곤(이민호)을 수학 천재라는 캐릭터로 만들기도 했지만 ‘세계관이 너무 난해하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앨리스’도 시공간을 비틀고 주인공 윤태이(김희선)를 한국대 물리학과에 수석 입학한 천재로 설정한 점에서 세계관의 장벽이 높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1·2회만 보면 ‘앨리스’는 ‘더 킹’과는 출발이 달랐다.
 
2050년에서 1992년으로 날아온 박선영(김희선 분)이 임신 사실을 알고 방사능 웜홀을 통해 미래로 돌아가는 대신 1992년에 남아 출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박선영은 정체불명의 세력에 살해당하고, 그녀의 아들 박진겸은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된다. 이후 시간여행이 본격화되면서 미래에서 온 사람들의 범죄까지 벌어지고, 이를 조사하던 박진겸은 박선영을 빼닮은 윤태이를 발견하면서 혼란에 빠진다는 게 초반부 전개다.
 
과거를 바꾸고자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 집단과 현재의 인물들이 벌이는 갈등은 작품의 시놉시스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이해에는 무리가 없었다. 6.1%(1회)로 시작한 시청률이 9.2%(2회)로 상승한 가운데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세계관은 어렵지 않았다’는  반응이 다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곳곳에 인물들의 감정 코드를 극대화해, SF(공상과학) 장르물보다는 한국적 드라마 성격이 더 부각됐다”며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따라가게 만들었다”고 했다. 다만 “인물간 감정선의 비중이 커 SF 장르물을 기대한 시청자는 아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박성찬 교수는 “‘앨리스’에선 주인공이 물리학자여야만 하는 필연이 아직 안 보이고 타임슬립 설명도 제한적”이라며 “해외에선 물리학을 활용한 대중 작품이 많은데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듯하다”고 했다.
 
흥행 중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이 보여주듯 초끈이론이나 양자역학 등의 물리학 이론과 SF 장르를 접목하는 작업은 세계 영화계에선 오래된 트렌드다. 일본에선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 교수를 주인공을 내세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과 이를 드라마로 만든 ‘갈릴레오’ 시리즈가, 미국에서도 물리학과 대학원생의 생활을 다룬 시트콤 ‘빅뱅이론’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경우도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물리학 이론과 철학을 녹인 SF 장르 소설이 지난해부터 주목받는가 하면 지난달 14일부터 선보인 ‘SF8’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8편의 SF 앤솔러지 시리즈로 ‘새로운 시도’란 평가를 받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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